밀감향기…쪽빛 바다…돌하루방 추억, 민요풍 노래로 고향에 대한 향수 달래
(30) 조미미 ‘서귀포를 아시나요’
2009년 12월 6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 70리 시립공원’에서는 노래비 제막식이 열렸다. ‘서귀포 바닷가’와 ‘서귀포 사랑’, 그리고 ‘서귀포를 아시나요’가 그것이다. 그만큼 서귀포는 풍광명미(風光明媚)의 고장. 그래서 노래가 많았다.
“서귀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주도는 화산 한라산이 일구어 낸 섬, 특히 서귀포시는 세계관광 문화 단지로, 그리고 자연 생태계의 보호 지역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높은 산, 깊은 계곡, 울창한 삼림. 이뿐만 아니라 동굴이며, 폭포, 가로지르는 해안선, 용머리 기암절벽, 돌 하르방 등 그야말로 눈부신 자연의 감동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밀감향기 풍겨오는 가고 싶은 내 고향/칠백 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동백꽃 송이처럼 예쁘게 핀 비바리들/콧노래도 흥겨웁게 미역 따고 밀감 따는/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서귀포를 아시나요’의 작사가 정태권은 그가 쓴 노래시를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정태권이 처음 서귀포를 찾은 것은 1970년 여름이었다. 서귀포는 소문대로 역시 아름다웠다. 한국적인 정서와 이국적 정취가 함께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 탁 트인 망망대해며, 한라산의 풍요로운 초원. 바다 기슭에 핀 눈이 시리도록 황홀한 동백꽃. 갯바위며, 하얀 거품을 뿜으면서 쪽빛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해녀들. 그리고 길가의 야자수들은 넉넉한 삶을 젊은 작사가에게 안겨줬던 것.
‘서귀포를 아시나요’의 노래시가 완성되자 그는 작곡가 유성민에게 곡을 의뢰했다. 유성민은 그때, ‘여인의 눈물’ ‘나 홀로 걸으면’ ‘가버린 영아’ 등의 히트곡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그리하여 이 노래는 가수 오은주가 유니버샬 레코드사에서 취입한다. 하지만 이 마스터 테이프는 그해 태풍으로 공장이 침수돼 음반을 내지 못한다.
1973년. 결국 이 노래는 가수 조미미가 부른다. 구성지면서도 애틋한 민요풍의 이 노래는 ‘서귀포 찬가’로 서귀포를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이 무렵 우리 사회는 관광 문화시대가 되면서 관광지와 명승지의 개발에 활기를 띠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조미미의 고향은 목포. 그녀는 가수의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온다. 당시 지구레코드사의 문턱을 드나들었지만 가수 이미자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었던 것.
작곡가 김부해는 그녀에게 조미미(본명 조미자)라는 예명을 지어준다. 이미자와 이름이 겹쳤던 것이다.
1969년. 조미미는 ‘여자의 꿈’ ‘서산 갯마을’ ‘단골손님’ ‘연락선’ ‘동창생’ ‘선생님’ ‘먼 데서 오신 손님’ 등의 노래를 불러 인기 가수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그녀의 결정적인 노래는 1971년에 부른 정귀문 작사, 이인권 작곡 ‘바다가 육지라면’이었다
‘얼마나 멀고 먼지 그리운 서울은/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 갑니다/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아아- 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 것을. 어제 온 연락선은 육지로 가는데/할 말이 하도 많아 , 하고파도 못 합니다/이 몸이 철새라면, 이 몸이 철새라면/뱃길에 훨훨 날아 어디론지 가련마는/아아-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것을.’
섬 처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나타낸 이 노래는 마치 1960년대 이미자의 히트송 ‘흑산도 아가씨’와 남진의 ‘가슴 아프게’를 연상시켰던 절창이었다.
가수 김부자, 김세레나 등과 같은 해에 데뷔한 그녀는 동갑내기 ‘돼지 클럽’을 결성해 사회봉사에도 많은 참여를 했다.
지난 9월에 간암으로 타계한 그녀는 우리 한국 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수평선에 돛단배가 그림같은 내 고향/칠백 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한라산 망아지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줄기줄기 폭포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그리운 남쪽 바다 서귀포의 정경을 간결한 서경시로 읊은 이 노래는 이제 노래비가 세워져 서귀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정서를 안겨주고 있다. 세월은 가도 노래는 남는 것. 미모와 함께 뛰어난 가창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조미미는 정녕 가고 말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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