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본다
<놀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가수를 사석에서 만났을 때
자신의 히트곡을 불러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라면 모르지만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건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노는 자리에서는 놀고 싶어한다
<눈물젖은 두만강>을 부른 고 김정구 선생이
평생 그 노래를 수없이 많이 불렀고
청중은 그 노래를 즐겁게 들었겠지만
그분에게 그건 <일>이었을게다
세상에 흔히들 재미있게 하는 일도
정작 자기가 먹고 살기 위한 <일>이 되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즐겁지 않은 법이다
내가 아는 어느 화가 한분은
평소에 <먹고 사는 일>은 거의 신경쓰지 않고
항상 즐거운 모습으로 잘 놀면서(?) 지내다가
교수직도 싫증이 났는지
충청도 어느 조용한 화실에 내려가서 지내다가
암에 걸려 오랜 투병 끝에 별세하였다
생전에 그분 생활을 보면
화실에서 그림 그리다가 음악 듣다가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놀다가
서울 집에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그러기에
그분은 놀고 먹는 줄 알았었는데
암에 걸린 걸 보니 그게 아니었는가 보다
머리를 써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과
단순히 육체적인 일만 하는 사람이 만나면
서로 상대방은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놀고 먹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남편과 아내가
사장과 직원이
서로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놀고 먹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그건 상대방의 입장에서일 뿐이고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보면
상대방도 나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놀고 먹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 꿈은 버리지 못 한다
<놀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