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웃긴 꽃 -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화창한 어느 봄날 들판에서 작은 꽃이 막 피어나고
근처에서 소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움직이는 소의 발에 밟혀 부서지기 직전인 작은 꽃이
젖먹던 힘까지 전부 모아 소의 발바닥을 밀어올리자
소는 발바닥이 간지러워 쓰러질듯이 기우뚱거린다
봄날 평화로운 들판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유명 인사들이 남을 비판하면서 ‘소가 웃을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요즘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수준을 짐작해보면 씁쓸하지만
‘소가 웃을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