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우리는 꽃을 보면서 꽃의 아름다움만 느낄 뿐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얼마나 울었는지,
또 먹구름 속에서 천둥이 얼마나 울었는지는
알지도 못 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럴 때 시인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 하고 지나친
수많은 좌절과 극복 과정이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그들은 역시 시인이지만, 시인이 아닌 나는
여전히 꽃의 아름다움을 찬탄하기에만 바쁘다ㅎ
이런 멋진 풍경에 꽃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