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140

윤정희 1주기 추모전

어제 한예종에서 ‘윤정희 배우 1주기 추모전’ 행사가 열렸다. 희귀고전영화 상영회를 함께 주관하는 올드시네와 한예종이 주관한 행사였다. 올드 팬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배우 ‘윤정희’는 우리 영화사에서 빛났던 수많은 스타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스타였다. 고인은 평생 3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고, 그 중 99편에서 역시 스타 배우였던 신성일과 공연했는데 아쉽게도 100번째 작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내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무려 29회나 받았는데 3대 영화제인 청룡상, 대종상, 백상예술대상에서 모두 3회씩 상을 받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고인은 1960년대 후반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멜로, 사극, 문예영화, 액션 등 여러 장르에 출연하며 최고의 출연료..

내글모음 2024.02.04

쓰기만 했던 파스쿠찌 카페라떼

며칠 동안 춥던 날씨가 조금 풀린 어제 도산대로에서 점심을 먹고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들렀던 대형 카페였다 라떼 두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다가 와이파이 안내판이 보이기에 습관처럼 와이파이를 연결하려고 했다 비밀번호를 보이는 대로 입력했는데 틀렸다고 연결이 안 된단다 다시, 천천히, 알파벳 대,소문자를 구별하면서 입력했는데 또 틀렸다고 한다 이렇게 세 번을 해도 안 되기에 카페 직원에게 물어봤다 대문자-소문자를 제대로 넣었냐고 물어보기에 첫 글자 대문자, 나머지 소문자를 넣었다고 대답했다 직원이 첫 글자도 대문자가 아니고 전부 소문자라고 하길래 안내판을 가리키면서 이게 대문자지 어떻게 소문자냐고 물었더니 아주 무표정한 얼굴로 그게 '소문자!'란다 살짝 열 받는 상황이 ..

내글모음 2024.01.11

70대 남자들을 위한 노래

세상이라는 거대한 상대와 한창 전투를 벌이던 시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뭔가에 쫓기듯이 보내는 날이 많았다. 야근도 자주 했지만 간혹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지친 몸을 버티고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볼 때가 있었다. 어깨에 무거운 짐이 얹혀 있던 그때 그 시절, 내 이름은 ‘아버지’ 그리고 ‘남편’이었다. 이런 중년 남자의 모습을 그린 노래가 ‘남자의 인생’이다. 가황이라 불리는 나훈아가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곡이다. 가사를 듣고 있으면 지나간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빌딩 사이 지는 노을 가슴을 짠하게 하네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까지 전철 두 번 갈아타고 지친 하루 눈은 감고 귀는 반 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 아버지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

내글모음 2023.11.29

10월에 만난 희귀고전영화 두 편

올드시네에서 희귀고전 영화를 볼 때마다 비어 있는 좌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영회 소식을 받으면 주변의 영화 동호인들과 공유하게 된다. 어제도 몇 분이 상영회에 오셨는데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 올드시네 상영회에서 만나는 영화의 감동은 언제나 깊고도 길지만 어제는 가을이라 조금 더 그랬던가 싶다. 영화 내용을 곱씹으면서 집에 와보니 우리 축구가 아시안 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했고, 손흥민 선수의 토트넘이 리그 선두에 오르기도 해서 감동이 훨씬 증폭되었다. 어제 본 영화 한 편은 스릴러가 가미된 애절한 멜로, 또 한 편은 감동적인 아름다운 스릴러였다. 이번에도 올드시네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희귀한 걸작들이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준비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1. 머빈 르로..

내글모음 2023.10.08

열정이라 묻고 도전이라 답하다

오늘 아침 우체국 소포를 하나 받았다. 발송인 이름을 보니 전에 같이 근무하던 분이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열심이던 그분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소포를 열어보니 책이다. 뭔 책??? 라니 제목부터 상당히 거창하다.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르기를 ‘평생 술만 만들던 남자의 백두대간 단독종주 이야기’라네. 아 그렇지! 술꾼에다가 산꾼이었지!^^ 450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을 열어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퇴직하고 62세부터 백두대간 등반을 시작해서 2년 7개월 만에 종주한 기록이었다. 60대에 백두대간 종주, 그것도 단독으로? 나도 등산을 좋아하지만 이런 일은 감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내 기준으로 보면 인적 드문 백두대간을 60대 혼자 등반하는 것은 만행에 가까운 일이다. 내 인생의..

내글모음 2023.05.06

행복한 영화세상

내가 사는 강서구 염창동과 강북구 석관동은 같은 서울이기는 하지만 서쪽과 북동쪽이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9호선, 5호선, 6호선을 갈아타면서 26개 정거장을 지나야 하고, 걷는 시간까지 더하면 1시간 반쯤 걸린다. 이런 먼 길을 가끔씩 토요일 오후에 오고간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는데 갈 때는 기대 가득, 올 때는 행복 가득!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가면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 ‘올드시네-한예종 희귀필름컬렉션’ 상영회가 열린다. 제목만 알던 영화, 또는 제목조차 모르던 작품,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걸작들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다. 매번 걸작 영화 두 편을 보는데 영화 초고수들의 봉사 정신과 번역자들의 노력 그리고 회원들의 영화 사랑이 만나서 가능한 ..

내글모음 2023.04.02

어제 만난 희귀고전영화들

어제 토요일 오후 한예종에서 희귀고전영화 두 편을 봤다. 다른 영화를 통해 감독과 주연배우는 알았지만 겨우 제목만 알았던 영화 두 편 모두 대단한 걸작이었다. 올드시네 모임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볼 수 없었을 희귀작품이다. 1. (1987)의 퍼시 애들런 감독 데뷔작인 (1985) 의 투톱 주연 중 한 명인 마리안 제게브레히트(이 배우는 이름보다는 몸매로 기억한다^^)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염하는 특이한 직업에 사교성이라고는 전혀 없고 뚱뚱한 몸매를 가진 외로운 노처녀는 어느 날 우연히 본 잘 생긴 지하철 기관사에 필이 꽂혀 스토커 수준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잘난 부인에 눌려 기를 못 피고 살던 청년 기관사는 연상 여인의 강력한 유혹에 넘어가버린다. 눌려만 살았던 커플은 고삐 풀린 ..

내글모음 2023.03.05

인생은 70부터?

인생은 70부터?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 떠들썩한 환갑잔치는 보기 어렵게 되었다. 만70세인 칠순이라 해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70세라 해도 자신이 중년인 것처럼 노인이기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벌써 한참 전이지만 내 70세 생일 때 딸내미가 이런 어마어마한(?) 현수막을 식사하는 자리에 걸었다.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수퍼맨으로 묘사한 내 모습이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인생은 70부터!’라는 슬로건은 좀 아니다 싶었지만 지울 수도 없었으니... 여하튼 식당에 걸었던 현수막을 집 거실에 옮겨 놓고는 볼 때마다 내가 70대임을 확인하고 지낸다^^ 지공거사가 되고부터 친구들이 모이면 건강이 최고의 화제가 되곤 한다. 나는 여기 아프다, 누구는 어디가 아파서 수술했다, 병원 다니는 게..

내글모음 2023.02.21

희귀고전영화 감상회

카페 올드시네와 한예종이 주관하는 희귀고전영화 상영회가 벌써 69회차를 맞았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거나 소개되었어도 잊혀진 고전 명작들을 함께 보는 모임이다. 당연히 국내에 비디오나 DVD로 출시되지 않은 영화들이다. 요즘이야 국내 영화시장이 국제수준이고 정보가 완전 공개되고 있으니 상황이 전혀 다르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영화들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영화 강국이었던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영화들은 더욱 그렇다. 대단한 걸작임에도 영화 DB나 유툽에 정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모임의 선수들이 이런 영화의 목록을 작성하고 전세계를 뒤져가며 영상을 찾아낸다. 심지어는 유럽의 어느 TV에서 방영한 것을 녹화한 영상물까지도 있다. 다른 선수들이 대사를 번역하고 자막..

내글모음 202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