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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1주기 추모전

해군52 2024. 2. 4. 17:53

 

어제 한예종에서 윤정희 배우 1주기 추모전행사가 열렸다. 희귀고전영화 상영회를 함께 주관하는 올드시네와 한예종이 주관한 행사였다.

 

올드 팬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배우 윤정희는 우리 영화사에서 빛났던 수많은 스타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스타였다.

 

고인은 평생 3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고, 그 중 99편에서 역시 스타 배우였던 신성일과 공연했는데 아쉽게도 100번째 작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내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무려 29회나 받았는데 3대 영화제인 청룡상, 대종상, 백상예술대상에서 모두 3회씩 상을 받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고인은 1960년대 후반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멜로, 사극, 문예영화, 액션 등 여러 장르에 출연하며 최고의 출연료를 받는 흥행 배우이기도 했다. 1970년에는 고인의 영화 4편이 부산의 5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등 후배 트로이카가 등장한 1980년대 후반에도 여전히 인기를 잃지 않았다.

 

여배우들의 학력이 낮았던 시절 여배우 최초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74년부터 프랑스에 머물면서 소르본대학에서 다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배우로는 최초로 1972년 뮌헨올림픽에 문화사절단으로 참석했다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만나 결혼하고 예술가 부부로 평생 해로했다. 이들의 인기는 잘 알고 있던 북한 권력자의 지시로 신혼 초였던 1977년 북한에 납치될 뻔한 사건도 있었다.

 

고인은 16년 만에 출연한 영화 <>(2010)를 촬영할 때 66세로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극중에서도 비슷한 인물을 연기했다. 이 영화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아쉽게도 기대했던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 했지만 LA비평가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배우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남편과 딸의 보호를 받으면서 평화로운 말년을 보내던 고인은 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서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고 한다. 이제 고인은 영화를 통해 울고 웃었던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되었다.

 

추모전에서는 고인이 출연했던 영화 <독 짓는 늙은이>(1969)<결혼 교실>(1970)이 상영되었다.

 

<독 짓는 늙은이>는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최하원 감독이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토속적인 느낌과 에로틱한 분위기가 강하고 영상이 아름답다. 당시 정상급 여배우들과 경합 끝에 주연을 맡은 고인은 혼신의 연기로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결혼 교실>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윤정희, 문희, 남정임 여배우 트로이카와 신성일이 주연을 맡고,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흥행작이다. 이 영화 필름이 없었는데 홍콩에서 발굴된 중국어판 영상에 국내 비디오사운드를 입혀 4K로 복원했다고 한다.

 

<결혼 교실>을 연출한 정인엽 감독과 이석기 촬영감독이 행사 소문을 듣고 참석했는데 50여년 전에 만들었던 자신의 작품을 대형 화면으로 다시 보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대구에서 올라오셨다는 1942년생 정감독님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힘이 넘쳤다.

 

 

윤정희 대표작 모음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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