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140

나의 뽕짝 스토리 (2002.0120)

노래라면 대략 뭐든지 다 좋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뽕짝이다. 나의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는 동요가 아닌 뽕짝이었다. 전생에 한이 많았었는지 몰라도, 노래 가사가 뭔 의미인지도 잘 모르면서 뽕짝을 부르면 가슴 속이 조금은 후련해지곤 했다. 조그만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노래 가사를 적어 가지고 다니곤 했는데 김정구, 남인수, 고복수, 박재홍, 박경원, 명국환, 현인... 이런 분들의 노래였다.  국민학교 4학년 때,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다가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무대(?) 위에 불려 나가 노래를 했는데, 무슨 노래인가 하면 남성4중창단 블루벨스가 불렸던 열두냥짜리 인생>이었다. 나의 첫 번째 큰 무대 데뷔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때 수많은 청중 가..

내글모음 2002.01.20

춤은 곧 바람? (2002.0114)

춤(볼룸 댄스, 스포츠 댄스)을 왜 배울까?춤을 추면 바람나는 거 아닌가?스포츠댄스와 사교춤이 같은 건가, 다른 건가?  춤을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1985년쯤으로 기억하는데, MBC-TV의 아침 방송시간에 취미활동을 취재하여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느 날 이 프로그램에 볼룸댄스 강습에 관한 내용이 방영되었다. 배경은 주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의 교육장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MBC-TV는 방송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퇴폐적인 내용을 방영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유명 칼럼니스트 이규* 씨가 조선일보에 춤의 퇴폐성에 대한 칼럼을 썼다.  그 방송 이전에 나는 바로 그 문화센터에서 한동안 스포츠댄스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 중 몇 강좌는 내 아내와 ..

내글모음 2002.01.14

태백산 신발 도둑 사건 (2002.0113)

어제 태백산행에 우리 동행이 모두 17명이었는데 그 중에는 은퇴한 주먹 한넘이 있었다. 그넘은 우리 친구 중 어떤 녀석과 알고 지내더니 이렁저렁 많이들 알게 돼서 가끔씩 우리 산행에 따라다니곤 했다. 떡 벌어진 어깨하며, 내 다리통만한 팔뚝하며, 보기에도 벌써 한 등치 하는 폼이 심상치 않은데, 나이가 몇 살 아래라고 우리 친구들을 만나면 첫마디부터 깍듯이 형님이라 부른다.  산행 후 지하수를 사용하는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목욕 잘 하고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목욕탕을 나섰다. 눈에 젖은 등산화를 봉투에 담아 배낭에 넣고 가져간 운동화를 신으니 발도 한결 편했다. 이제 남은 일은 식당에 가서 잘 먹고 기차 타는 일뿐이었다. 식당에서 보내 준 봉고차를 타고 상쾌한 기분을 즐기고 있는데 그때 바로 그넘이 차에 ..

내글모음 2002.01.13

해군? (2002.0110)

인터넷 세상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며 구경하던 시절, ID라는 게 없으면 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으니 만들긴 해야겠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40여년 동안 부르던 내 이름을 그대로 영어식으로 써 보았다. nsl, nslee, namslee... 이런 것들은 이미 등록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에는 navy, navylee를 쓰려고 했더니 이 역시 대부분 등록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는 navy69, navynams였는데, 이것까지도 가끔씩은 등록된 경우가 있긴 했지만 둘 중 하나는 가능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내 ID는 navy69 아니면 navynams를 쓰게 되었다.  그럼, 왜 하필이면 해군navy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모자라서 대학원까지 다니다 보니 군대 가는 게 늦었다. 게다가 또 ..

내글모음 2002.01.10

가출한 딸의 빈자리 (2002.0106)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씩 날벼락같은 일을 겪게 된다. 지난 여름 언제쯤이었던가, 아주 무덥던 날이었다. 딸애가 폭탄선언을 했다. 집을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더위가 싹 사라져 버렸다.그리고 며칠 후 딸애는 정말 짐을 싸들고 나섰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바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야 만 것이었다. 게다가 어린 딸의 가출을 말려야 할 제 엄마까지 나서서 짐을 싸 주고 그야말로 난리 가관이었다. 나는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날 밤 대학교 2학년인 딸애는 그렇게 학교 기숙사로 가 버렸다. 믿어지지가 않았다.딸애가 나가 버린 그날 밤, 빈방을 들여다 보면서도,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루나 이틀쯤 지나면 다시 돌..

내글모음 2002.01.06

못된 아들놈 (2002.0104)

자식을 키우다 보면 속상하는 일이 많게 마련이지요. 아무리 애지중지 키웠어도 다 제 혼자 자란 줄 알고, 부모가 뭔가 가르쳐 주려고 하면 잔소리라서 듣기 싫어하고, 부모보다는 제가 훨씬 잘났다고 착각하고,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결혼하고 자식 낳고 나서도 부모에 의지하려 하고... 오죽하면 불교에서는 ‘자식이 전생의 빚쟁이’라고 할까요? 그렇지만 못된 자식놈이라도 남들에게는 그렇게 얘기하지 못 하는 게 부모 심정이잖아요.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죠? 하지만 저는 오늘 큰 결심을 하고 제 못된 아들놈 일을 만천하에 공개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 제 방에서 컴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거실이 소란스러워지더군요. 제 아내와 아들놈이 다투는 듯 했습니다. 저는 직감으로 알았습니다. ‘아들놈이 또..

내글모음 2002.01.04

새해에는 표정관리를 (2002.0101)

를 하는 친구가 있다. 좀 생소한 직업이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모델을 구하는 사람과 모델을 하려는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일이다. 광고화면에 등장하는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들도 출연 교섭은 모델 에이전시가 한다. 좀 특수한 직업소개업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벌써 4~5년 전이던가, 어느 날 그 친구와 저녁을 먹다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너, 모델 한번 해보지 않을래?" "모델? 한번 해볼까? 뭐, 해 보지." "그래, 그럼 사진부터 찍어라." "알았어."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한참 후 그 친구가 사진 독촉을 했다. 모델이라는 게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일단 모델 에이전시에 사진을 첨부해서 등록을 해야 한단다. 그 사진이라는 것도 그냥 보통 사진이 아니고 복장도 갖..

내글모음 2002.01.01

등산, 마라톤에서 국선도까지 (2001.1231)

그동안 내가 좋아하던 각종 운동-테니스, 스포츠댄스, 축구, 등산, 마라톤-에 이어 얼마 전부터 국선도를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난히도 열 받는 일이 많았었지만, 누구에게 화풀이할 수도 그렇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그저 나 자신의 원죄나 전생의 업보 때문이거니 하면서 마음을 달래보다가 그래도 안 되면 산속으로 들어가 바윗길을 오르거나 강변을 마구 달리곤 했다. 어찌보면 그것은 운동을 빙자한 자학의 몸짓이었다. 40여년 동안 여린 영혼을 담아 주었던, 그리고 아무런 잘못도 없었던 내 육신은 이런 자학행위에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무릎에서 시작한 아픔이 다음에는 허리로, 그 다음에는 왼쪽 엉덩이로 옮아가서 아예 붙박이가 되어 버린 듯했다. 다리가 저려오기까지 했다. 누워 있는 자세가 불편해서 ..

내글모음 2002.01.01

딸의 눈으로 본 부모 (2001.1230)

제가 언젠가 한번 저희 가족이 '코스비 가족' 같다고 했더니 그걸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신 부모님이 좀 원망스럽군요. 사실 저희 가족은 그렇게 웃기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저 다른 가족들과는 좀 다르게 모두 엉켜서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들일 뿐이죠. 부모와 자식인지, 친구인지가 좀 구별이 안될 뿐이란 말입니다. 먼저, 항상 노래만 부르고 다니시는 우리 아빠, 어제도 신곡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하시더군요. 근데 전 가르쳐 드리고 싶지가 않아요. 귀찮아서가 아니라, 요즘 노래는 아빠의 트로트식 창법에 어울리지 않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아빠의 목을 거쳐 트로트가 되어 나오는 걸 들으면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습은 본받을 만 하죠. 노래방 가면 18번 하나 정해놓고 맨날 부르는 ..

내글모음 2002.01.01

일환이를 보내며 (1997.0513)

봄이면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르던 경희궁에서의 6년 세월-꿈처럼 아스라이 멀어진 그 시절! 병상에서 너는 그 시절이 그리웠더냐?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라일락꽃을 그리워하고 네 딸아이가 따다준 라일락꽃 향기에 빠져들다가 ‘라일락꽃 피는 계절에 우리 사랑했었네 라일락꽃 입에 물고서 우리 사랑했었네~~’라는 아주 오래된 노래 몇 소절을 흥얼거리곤 하던 네가 라일락 향기가 사라지자 우리 곁을 훌쩍 떠나가는구나.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했던 너의 끊임없는 재담도, 어느 모임에서나 청중을 매료시켰던 너의 노래도 이제는 다시 들어볼 수가 없구나. 너와 함께 즐겨 부르던 노래 ‘향수’도 이제는 함께 할 수가 없구나. 가곡이든 팝송이든 가요든, 노래라는 노래는 모두 다 네가 부르기만 하면 우리의 넋을 빠지게 했었지. 네 ..

내글모음 200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