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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곧 바람? (2002.0114)

해군52 2002. 1. 14. 14:44

 

춤(볼룸 댄스, 스포츠 댄스)을 왜 배울까?

춤을 추면 바람나는 거 아닌가?

스포츠댄스와 사교춤이 같은 건가, 다른 건가?

 

춤을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1985년쯤으로 기억하는데, MBC-TV의 아침 방송시간에 취미활동을 취재하여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느 날 이 프로그램에 볼룸댄스 강습에 관한 내용이 방영되었다. 배경은 주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의 교육장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MBC-TV는 방송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퇴폐적인 내용을 방영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유명 칼럼니스트 이규* 씨가 조선일보에 춤의 퇴폐성에 대한 칼럼을 썼다.

 

그 방송 이전에 나는 바로 그 문화센터에서 한동안 스포츠댄스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 중 몇 강좌는 내 아내와 함께 다녔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그곳에서는 퇴폐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사건으로 해서 방송윤리위원회가 얼마나 웃기는 기관인지를 알게 되었고, 갖고 있던 그 유명 칼럼니스트의 책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요즘에는 언론사, 백화점, 심지어 구청이 운영하는 문화센터에도 스포츠댄스 강좌가 있다.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동아리는 수도 없이 많다. 스포츠댄스 경연대회도 자주 열리고, 케이블방송 프로그램도 있다. 이제는 이런 내용 때문에 경고를 받지도 않고, 퇴폐적이라는 칼럼을 쓰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특히 중년층 이상)이 춤이라고 하면 제비족, 카바레, 불륜, 이런 것들을 연상하는 것 같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스포츠댄스가 무엇이고, 왈츠가 어떻고, 라틴댄스가 운동에 좋고, 등등의 일반론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자기 부인이 춤을 배우겠다고 하면 완강하게 수용 불가. 춤에 관한 한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얘기해 보았지만 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에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지난달부터 오랜만에 겨울철 운동 삼아서 레포츠센터에서 스포츠댄스를 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에 자이브, 탱고 그리고 삼바를 초보 수준에서 배우는 과정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광고를 해도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는데, 혹시 관심 있는 분이 있을까?

 

* 주 :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일반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2006년 여름 어느 모임 회원들과 동유럽 여행길에 왈츠의 본고장인 비엔나에서 초단기 왈츠 강습을 함께 마치고 빛나는 수료증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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