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140

못된 아들놈 때문에 잠못 이루는 밤

작년 봄에 건방지게스리 부모 보약값이라고 거금을 내 놓았던 그 몹쓸 아들 녀석이 글쎄 어제밤 또 사고를 한 건 쳤다.  뭐 원래 그런 놈인줄 알고 있어서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고 또 지난번 전과사실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못된 자식놈 하는 짓을 이번에도 숨김없이 고발하려고 한다.   저녁 늦게 비디오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우리집 '큰나무'(=부인)가 말을 걸어왔다.   - 이 녀석이 왜 안 오지?- 오겠지. 근데 이 녀석이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선물을 사 들고 오면 뭐라고 해야지?   - 어이구, 작년에 보약값 받아 놓고는 또 뭘 바래? 아직 약효가 남았잖아.- 그거 벌써 언제 일인데...   - 뭐 사오라고 돈 줬어?- 다 큰 녀석이 지 돈으로 사오면 되지 무슨 돈을 주냐?   ..

내글모음 2002.05.08

어쩌란 말이냐?

5월 첫날 비개인 오후 차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활기차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노래를 듣는다.  유익종, 이광조, 조용필, 패티김, 김광석, 박강성...  그러다가 아까 의사가 한 말을 생각해 본다. 이제 다시 운동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마음은 서태지라서 문제'라고 대답했겠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이렇게 가슴이 저려오는데...  이든 이든 누구를 만나기만 하면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랑하는 여인의 창가에서 세레나데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CF 대박을 터뜨려야 하고, 이번 여름 백두산에 가야 하고, 마라톤 다시 해야 하고, 히말라야 5천미터 캠프까지는 가야 하고, 국토순례 도보여행도 해야 하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은 많기만 한데 아~~~, 어쩌란 말이냐?..

내글모음 2002.05.01

국민학교 동창회 25년

지난 1월 에서 국민학교 때 무대에 섰던 일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 반복해 보자.  국민학교 4학년 때,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다가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무대 위에 불려 나가 노래를 했는데, 무슨 노래인가 하면 남성 4중창단 '블루벨스'가 불렸던 이었다. 나의 첫번째 큰 무대 데뷔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때 수많은 청중 가운데 한 여자애가 나를 유심히 보아 두었는데 이것이 내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전말 역시 언제가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때 벌써 내가 찜을 당한 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때 그 시절 나와 그 소녀는 영등포에서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강건너 시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오..

내글모음 2002.04.20

내 친구 장보고 장군 (2002.0417)

장보고 장군이 누군가?그 옛날 통일신라시대 남해바다 청해진에 자리를 잡고 한중일 3국의 바다를 호령하던 분, 충무공보다 훨씬 먼저 해군의 원조라 할 만한 분이다. 그런 분하고 친구라니 무슨 소리인가? 또 꿈 얘기를 하고 있나?     내 친구 중 한 녀석 별명이 장보고 장군이다. 그 녀석은 중학교 때 농구, 고등학교 때 육상과 씨름, 대학교 때 미식축구를 했고, 공부하고는 상당히 먼 거리를 유지하였지만, 술과는 가깝다 못해 한날 한시도 떨어져서는 못 사는그런 넘이다.  새벽까지 술마시고 집에 가다가 개천에 빠져서 익사 직전이었다든가, 동네 깡패들한테 뒤통수가 깨졌다든가, 납치하려 하는 괴한들과 결투하다가 칼로 목을 찔렸다든가 하는 무용담이 부지기수로 많다.   게다가 이런 일도 있었다. 작년 동아마라톤 ..

내글모음 2002.04.17

다시 결혼하고 싶다 (2002.0413)

어제 낮 은사님의 큰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때 생물을 담당하셨던 정 선생님, 그분을 처음 뵌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생님에게서 교과서에 없는 엄청난 것들을 배웠다. X,Y 염색체, DNA, RNA...  키 180cm 가까운 거구에 교과 강의는 물론, 운동 잘 하시고, 글 잘 쓰시고, 10대 감수성을 잘 이해해 주시던 그분은 후에 문교부 편수관을 거쳐 대학 교수가 되셨고, 드디어 국립대학교의 총장이 되셨다.  내가 대학 1학년 때였던가, 선생님이 결혼하신다면서 내게 결혼식 사회를 부탁하셨다. 결혼식 사회자로 대학생 제자를 생각하실 만큼 트인 분이셨다. 당연히 나는 승낙을 했지만 이 멋진 계획은 결국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다. 선생님 친구분들의 반대..

내글모음 2002.04.13

꿈 꿀만한 꿈 (2002.0321)

2000년 동아마라톤 때의 일이다. 언젠가처럼 꿈이 아닌 생시에서 말이다. 그 이전까지 동아마라톤은 경주에서 열렸었다. 서울의 상황이 도심을 지나는 마라톤 코스를 운영하기가 어려운지라 생각도 못 했었는데 동아마라톤이 광화문-종로 코스에서 열기로 했단다. 항상 차가 붐비는 종로 거리를 뛴다고 생각하니 빠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 동안 전혀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 도저히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출발점인 광화문에서부터 동대문까지 종로통 5키로만 살살 뛰어 보자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했다. 대회당일 광화문 출발 지점인 광화문 네거리에 서니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점령한 듯한 기분이었다. (혁명군처럼!) 흥분 속에서 달리기 시작, 종로를 지나 동대문은 너무도 가까웠다. 5키로 지점..

내글모음 2002.03.21

뒤늦은 동아마라톤 참가기 (2002.0320)

지난 주 내내 머릿속에는 온통 동아마라톤 생각뿐이었다. 3.17(일)에 열리는 제73회 동아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 광화문을 출발해서 용산-종각-동대문-신설동-군자교-어린이대공원-광진구청-잠실대교-천호사거리-길동사거리-올림픽공원-수서-잠실주경기장에 이르는 42.195키로의 코스! 토요일 밤, 동아마라톤 생각에 잠을 설쳤다.  드디어 일요일 아침! 2000년 6월 양평 하프마라톤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 출전하는 공식대회. 2000년 하프코스 완주, 2001년에는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5키로를 그냥 묻어 뛰었던 바로 그 동아마라톤 출발점인 광화문에 다시 섰다. 그간의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나 이번에는 새로운 풀코스에 도전하다니... 벅찬 감회를 억누르며 1만2천여 명의 참가자들 가운데에서 운동화 끈을 ..

내글모음 2002.03.20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2002.0220)

지난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에게 책 한권씩을 선물했다.  아들에게는 한 청년의 ‘북극과 남극 탐험기’를, 딸에게는 어느 교수의 ‘법과 영화’ 책을, 그리고 아내에게는 이런 책이었다. 제목은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부제는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 일기' 제목이 그럴듯해서 선택한 책이었는데 아내가 다 본 다음, 나도 읽었다. 저자 최용건(53세)은 서울대 미대를 나온 화가로 1996년 여름 도회생활을 청산하고 백두대간 깊숙이 있는 방태산 근처 마을 진동리에 ‘하늘밭 화실’을 열고 약간의 경작과 더불어 민박을 치면서 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5년 3개월 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도라지 농사, 옥수수 무인판매, 토종벌 양봉 등 실패를 거듭하였지만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어진 삶의 기쁨들은 마음의 곳간 깊숙이 평..

내글모음 2002.02.20

먼저 간 친구 (2002.0216)

5년 전 어느 봄 흐드러지게 피었던 라일락 꽃잎이 지던 날, 병상에 있던 그 친구는 이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를 새 집에 묻고 오던 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친구는 음대에 진학해서 성악을 전공하고 싶어 했지만 부친은 그 친구의 재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반대를 하셨다. 하기 싫은 입시공부를 하다가 재수, 삼수 끝에 결국 대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취직, 장사, 노가다, 그리고 구름 잡는 사업까지 어느 것 하나 그리 신통한 것이 없었다. 한번 빗나가 버린 인생은 끝내 제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가고 싶었던 길을 가지 못한 한 때문인지 몸마저 병이 들었다. 그 병을 고치려고 중국 연변으로, 하얼빈으로 용하다는 한의사를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그것마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친구는 노래를 ..

내글모음 2002.02.16

지하철에서의 첫 경험 (2002.0202)

사진 펌 지하철을 타면 노약자를 위한 경로석이라는 것이 있다. 어쩌다가 피곤할 때 그 자리에 앉아 보기는 했지만 그런 때면 영락없이 가시방석이다. 우리세대는 어려서 받은 교육이 몸에 배어서인지, 어른인 듯한 분이 앞에 보이면 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 한다. 요즘도 자리에 앉아 있다가 중년쯤 되는 분이 앞에 보이면 반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하다가 나 자신을 다시 붙잡아 앉히는 때가 가끔 있다^^  머리가 좀 빠지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어떤 친구는 지하철에서 일부러 제일 뒤쪽 벽에 기대서 간다고 한다. 자리 앞에 서 있으면 자꾸 자리를 양보하려고 해서 그렇단다. 그 친구는 산에 가면 날아다니고 술을 마시면 아직도 말술이지만 얼굴만 보면 나이보다 10년은 더 들어 보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친구하고 술집에서 떠..

내글모음 200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