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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아들놈 때문에 잠못 이루는 밤

해군52 2002. 5. 8. 15:12

작년 봄에 건방지게스리 부모 보약값이라고 거금을 내 놓았던 그 몹쓸 아들 녀석이 글쎄 어제밤 또 사고를 한 건 쳤다.  뭐 원래 그런 놈인줄 알고 있어서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고 또 지난번 전과사실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못된 자식놈 하는 짓을 이번에도 숨김없이 고발하려고 한다. 

 

저녁 늦게 비디오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우리집 '큰나무'(=부인)가 말을 걸어왔다. 

 

- 이 녀석이 왜 안 오지?

- 오겠지. 근데 이 녀석이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선물을 사 들고 오면 뭐라고 해야지? 

 

- 어이구, 작년에 보약값 받아 놓고는 또 뭘 바래? 아직 약효가 남았잖아.

- 그거 벌써 언제 일인데... 

 

- 뭐 사오라고 돈 줬어?

- 다 큰 녀석이 지 돈으로 사오면 되지 무슨 돈을 주냐? 

 

- 그러니까 이마가 점점 넓어지지. 그리구 학교에서 12시나 다 돼서 오는 애가 어디서 뭘 사갖고 다닐 시간이 있다구...

- 아니 틀림없이 뭔가 가지구 올거라구.    

 

대충 요런 대화가 있었는데, 드디어 그 녀석이 나타났다. 모르는 체 컴 앞에만 앉아 있었더니 나오라고 불러댄다.  마지 못한척 거실로 나가보니 떠억~하니 케이크를 펼쳐 놓았는데 거기에 꽂혀 있는 것이 영 이상하더라. 양초는 달랑 하나, 그리고 웬 3자와 0자가 꽂혀 있지 않겠나. (0자와 3자가 아니고...)   

 

- 30에 작은 양초 하나라니, 이게 뭐냐?

- 아빠가 31살때 젤 좋았을 거 같아서요.

 

- 야, 내 나이도 니 맘대로 하냐? 

 

하긴, 이 녀석이 그걸 어찌 알았을까? 31살 때면 어디 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이라.(음, 틀림없지!)  그래, 그때만 해도 세상이 아주 죄그만 궤짝만하게 보였고 만나는 여자마다 날 쫓아다녔었는데. 결혼했다고, 애가 둘씩이나 된다고 해도 말이다. 

 

겨우 10년(?) 사이에 세상은 왜 이리도 커졌고 그 여자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  못된 아들놈이 또 사고치는 바람에 10년 전 한창 잘 나가던 그 시절 생각하느라고 오늘밤 잠은 다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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