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국민학교 동창회 25년

해군52 2002. 4. 20. 15:07

지난 1월 <뽕짝 스토리>에서

국민학교 때 무대에 섰던 일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 반복해 보면,

 

국민학교 4학년 때,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다가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무대 위에 불려 나가 노래를 했는데,

무슨 노래인가 하면 남성4중창단 블루벨스가 불렸던 <열두냥짜리 인생>이었다.

나의 첫번째 큰 무대 데뷔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때 수많은 청중 가운데 한 여자애가 나를 유심히 보아 두었는데

이것이 내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전말 역시 언제가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때 벌써

내가 찜을 당한 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때 그 시절 나와 그 소녀는

영등포에서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강건너 시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오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기도 했지만

그저 <송아지 그 성 보듯> 그리 지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후

어느 국민학교 동창 녀석의 주도로 만든

불온 서클에 함께 참여하면서

요상한 길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는 어느해 4월 25일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 소녀는

나의 유일한 룸메이트이며

우리 가족에게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주는

꿋꿋한 <큰 나무>로

25년째 살고 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지나간 25년을 돌이켜 보면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궂은 일,

별별 일들이 다 있었다.

 

이런 일, 저런 일,

이렇고 저런 일,

요런 일, 조런 일,

요렇고 조런 일,

등등등...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내가 원래 주변머리 없고

특히 여자 앞에만 서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인지라

그때 결혼 못 했더라면 아마도

결혼이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때 그 소녀로부터 절대적인 구제를 받은 셈이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는 더욱 더

<큰 나무>에 감사드리면서

그 그늘 아래에서

25년째 거의 매일

국민학교 동창회를 하며 지낸다.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선물같은 거 할 줄 모르는 주제라서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장미꽃 25송이?

목걸이?

반지?

아니면

사랑 노래 25곡?

그것도 아니면

그냥

몸으로 때워?

'내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된 아들놈 때문에 잠못 이루는 밤  (0) 2002.05.08
어쩌란 말이냐?  (0) 2002.05.01
내 친구 장보고 장군  (0) 2002.04.17
다시 결혼하고 싶다  (0) 2002.04.13
꿈 꿀만한 꿈  (0) 200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