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뽕짝 스토리>에서
국민학교 때 무대에 섰던 일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 반복해 보면,
국민학교 4학년 때,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다가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무대 위에 불려 나가 노래를 했는데,
무슨 노래인가 하면 남성4중창단 블루벨스가 불렸던 <열두냥짜리 인생>이었다.
나의 첫번째 큰 무대 데뷔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때 수많은 청중 가운데 한 여자애가 나를 유심히 보아 두었는데
이것이 내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전말 역시 언제가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때 벌써
내가 찜을 당한 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때 그 시절 나와 그 소녀는
영등포에서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강건너 시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오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기도 했지만
그저 <송아지 그 성 보듯> 그리 지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후
어느 국민학교 동창 녀석의 주도로 만든
불온 서클에 함께 참여하면서
요상한 길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는 어느해 4월 25일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 소녀는
나의 유일한 룸메이트이며
우리 가족에게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주는
꿋꿋한 <큰 나무>로
25년째 살고 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지나간 25년을 돌이켜 보면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궂은 일,
별별 일들이 다 있었다.
이런 일, 저런 일,
이렇고 저런 일,
요런 일, 조런 일,
요렇고 조런 일,
등등등...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내가 원래 주변머리 없고
특히 여자 앞에만 서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인지라
그때 결혼 못 했더라면 아마도
결혼이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때 그 소녀로부터 절대적인 구제를 받은 셈이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는 더욱 더
<큰 나무>에 감사드리면서
그 그늘 아래에서
25년째 거의 매일
국민학교 동창회를 하며 지낸다.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선물같은 거 할 줄 모르는 주제라서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장미꽃 25송이?
목걸이?
반지?
아니면
사랑 노래 25곡?
그것도 아니면
그냥
몸으로 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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