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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결혼하고 싶다 (2002.0413)

해군52 2002. 4. 13. 15:04

 

어제 낮 은사님의 큰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때 생물을 담당하셨던 정 선생님, 그분을 처음 뵌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생님에게서 교과서에 없는 엄청난 것들을 배웠다. X,Y 염색체, DNA, RNA...

 

180cm 가까운 거구에 교과 강의는 물론, 운동 잘 하시고, 글 잘 쓰시고, 10대 감수성을 잘 이해해 주시던 그분은 후에 문교부 편수관을 거쳐 대학 교수가 되셨고, 드디어 국립대학교의 총장이 되셨다.

 

내가 대학 1학년 때였던가, 선생님이 결혼하신다면서 내게 결혼식 사회를 부탁하셨다. 결혼식 사회자로 대학생 제자를 생각하실 만큼 트인 분이셨다. 당연히 나는 승낙을 했지만 이 멋진 계획은 결국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다. 선생님 친구분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그런 선생님의 아드님 결혼식에 가서 보니 신랑 신부가 너무 젊고 멋져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인물이 잘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풋풋한 젊음에 매료되어서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들처럼 풋풋한 젊음으로 다시 살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구하고 하나, 아니, 누구하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