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꿈 꿀만한 꿈

해군52 2002. 3. 21. 15:02

2000년 동아마라톤 때의 일이다. 꿈이 아닌 생시에서 말이다.

 

그 이전까지 동아마라톤은 경주에서 열렸었다. 서울의 상황이 도심을 지나는 마라톤 코스를 운영하기가 어려운지라 생각도 못 했었는데 동아에서 광화문-종로 코스에서 대회를 열기로 했단다. 항상 차가 붐비는 종로 거리를 뛴다고 생각하니 빠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 동안 전혀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 도저히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출발점인 광화문에서부터 동대문까지 종로통 5키로만 살살 뛰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대회 당일 광화문 출발 지점인 광화문 네거리에 서니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점령한 듯한 기분이었다. (혁명군처럼!) 흥분 속에서 달리기 시작, 종로를 지나 동대문은 너무도 가까웠다. 5키로 지점 통과 시간 30분. 몸도 마음도 전혀 문제없어 보였다.

 

그 기분 그대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10키로 1시간, 15키로 1시간 30분, 정확하게도 시속 10키로 속도였다. 한강 다리만 넘자고 했더니 벌써 18키로. 하프 코스 골인 지점이 저만치 보이길래 그냥 내쳐 뛰다 보니 결국 하프코스 21키로를 다 뛰게 되었다.

 

마라톤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짓이 얼마나 멍청한 것인지를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평소 준비 없이 장거리를 뛴다는 건 몸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날의 무리한 레이스와 그후 양평마라톤에서 또 다른 내용의 무리한 레이스가 무릎과 허리 부상으로 이어져서 결국에는 <마라톤 은퇴 권고>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에서 재기가 가능할지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

 

금년 가을에는 다시 한번 하프 코스를, 내년 가을에는 숙원의 풀코스를 완주해서 몽중 마라톤을 현실에서 실현해야만 한다. 그리고 환갑 나이가 되더라도 하프코스 이상을 계속 달릴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이 정도는 <꿈 꿀만한 꿈> 아닌가?

'내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친구 장보고 장군  (0) 2002.04.17
다시 결혼하고 싶다  (0) 2002.04.13
뒤늦은 동아마라톤 참가기  (0) 2002.03.20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0) 2002.02.20
먼저 간 친구  (0) 200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