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20

원 세컨드 (2020)

해군52 2022. 3. 13. 20:15

 

원 세컨드 一秒钟/One Second 2020/중국/103

감독 장이머우

출연 장이, 판웨이, 류 하오쿤

 

문화혁명이 끝나가던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죽은 딸의

모습이 담긴 단 1초의 뉴스 영상물을 보려는 남자와 동생을

위해 필름이 필요한 소녀의 필름 쟁탈전과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에 목마른 오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장예모의 드라마

 

한동안 대작과 국뽕 영화에 주력하던 장이머우 감독은 그의

초기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체제비판적인 작품으로 돌아왔다

 

안정감 있게 고정된 카메라 앵글에 현란한 촬영과 편집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라 편하게 보는 영화이지만

갈등 상황을 아름답고 따뜻하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영화는 감숙성 돈황의 사막에서 주로 촬영되었다는데 사막에

있는 교화소를 탈출한 주인공이 죽을힘을 다해 걷고 걸어도

사막을 벗어나지 못 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다

 

열악한 시설에서 릴 필름으로 영화를 보며 환호하던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필름 현상

과정에 얽힌 장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 영화는 2019년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다가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되었다고 하는데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 때문에

중국 정부의 개입이 있지 않았는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 문화혁명 시절에 반동으로 체포되어 가족과 헤어진 채

변방의 교화소에서 몇 년 동안 노역하면서 아내에 이혼당한

장주성(장이 분)은 외동딸이 뉴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탈옥을 감행, 가까운 마을에서 애타게 영화 상영관을 찾는다

 

영화상영 전에 틀어주는 뉴스를 봐야 하는 장주성은 마을로

필름을 배달하는 남자를 따라가다가 거지꼴을 한 소녀가 이

필름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바로 그 소녀를 추격한다

 

사막에서 거친 몸싸움까지 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류가녀(

하오쿤)라는 소녀를 붙잡은 장주성은 부모가 반동으로 몰려

교화소로 끌려가고 남동생과 둘이 남은 소녀가 필름을 훔친

기막힌 사연을 듣고 아픔에 공감하며 도와주기로 작정한다

 

어렵게 필름을 되찾은 장주성과 배달하는 남자는 이 필름을

마을 영사관으로 갖고 가려고 하다가 오토바이가 고장나자

우마차를 몰던 영사관 관리인 판영화(판웨이 분)의 아들에게

필름 전달을 부탁하지만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의 잘못으로

필름이 크게 훼손되어 영화를 상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영화 상영을 못 한다는 소식에 크게 항의하던 마을 사람들은

판영화가 지시하는 대로 물을 끓여 증류수를 만들고, 필름을

세척한 다음 부채질로 말리기까지 복잡한 작업을 함께 한다

 

단체 수작업 과정이 마무리되어 훼손되었던 필름이 복원되자

마을 사람들의 환호 속에 드디어 기다리던 영화가 상영된다

 

이때 영화 속 영화로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활약을 그린

<영웅아녀>(1964)가 등장하는데 한국 관객의 눈에는 대단히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당시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실제 이런

종류의 영화를 상영했을테니 감독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침내 장주성은 뉴스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딸이 등장하는

1초짜리 영상을 보고 또 보지만 판영화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어 다시 교화소로 끌려가는데...

 

장이머우 張藝謀 Zhang Yimou 1950~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아버지는 국민당군의 군의관, 삼촌들도 모두

국민당군의 장교였는데 아버지는 공산당이 집권한 후 본토에

남았지만 삼촌들은 국민당을 따라 대만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런 집안 탓이었는지 장 감독은 문화혁명 때 정치개조 교육

대상자가 되어 농촌에서 3년 동안 맷돌 돌리기, 도시의 방직

공장에서 7년 동안 단순작업의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지냈다

 

이런 상황에도 장 감독은 어렵게 카메라를 구입, 사진 촬영과

현상 등을 독학했고, 문화혁명이 끝나 대학이 다시 문을 열자

베이징 영화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당시 27살로 대학 입학 나이 제한에 걸리자 문화부장관에게

편지를 보내서 원하던 촬영학과에 입학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졸업 후 제작사에서 <황토지>(1984),<노정>(1987),<대열병>

(1986) 등의 촬영에 참여했고, <노정>(1987)에서의 연기로

도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배우로도 인정을 받았다

 

감독 데뷔작 <붉은 수수밭>(1987)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 이후 여러 작품으로 주요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으면서

천카이거와 함께 중국 5세대를 대표하는 선두주자가 되었고,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다

 

장 감독은 비판적인 역사의식과 소시민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들로 세계적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동안 많은 제작비가 투자된 대작들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나 엄청난 인원이 출연하는 옥외

공연을 연출하고, 베이징에서 열린 하계(2008)와 동계올림픽

(2022) 개폐회식을 모두 연출하는 등 국가행사에도 참여했다

 

상업영화에도 반드시 예술성이 있어야 하고, 예술영화에도

반드시 상업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장 감독은 실제로도

적자를 낸 작품이 없다고 하니 대단한 거장임에 틀림이 없다

 

영화 연출 25/영화제 수상 63, 후보 44

붉은 수수밭 (1988) 베를린 금곰상

국두 (1990)

홍등 (1991) 베니스 은사자상

귀주이야기 (1992) 베니스 금사자상

인생 (1994) 칸 심사위원 대상

 

책상 서랍 속의 동화 (1999) 베니스 금사자상

집으로 가는 길 (1999) 베를린 은곰상

행복한 날들 (2000)

영웅 (2002)

연인 (2004)

 

천리주단기 (2005)

황후화 (2006)

진링의 13소녀 (2013)

5일의 마중 (2015)

원 세컨드 (2020)

 

 

장이 Zhang Yi 张译 1978~ 중국 배우

 

할빈 태생의 장이는 TV 아나운서를 희망했지만 여러 이유로

성공하지 못 한 대신 할빈 연극학교에 다니면서 연극배우에

관심을 가졌고, 20세에 베이징 공산당 현대극단에 들어갔다

 

2006TV 드라마에 데뷔하고, 2011년 영화에 데뷔한 이후

TV 드라마와 영화 40여 편에서 주,조연을 맡아 중국의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26, 후보 30회를 기록한 중견급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딸의 모습이 단 1초 등장하는 필름을 보기 위해

교화소에서 탈옥을 감행하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역을 맡아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게, 때로는 애처롭게, 때로는 코믹하게

여러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6NWCNY3Ky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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