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419

해군52 2024. 4. 21. 00:12

✱아침을 여는 음악 4월 19일(금)✱
▲라일락꽃 
◾향기로 전하는 봄 

       ◀라일락(Сирень:시레니)
          ✱라흐마니노프 
          ◼레츠깔로바(소프라노)
       ◀라일락꽃 향기 그대  
          ◼김순영(소프라노)  
       ◀우리들의 이야기 
          ◼조영남✕윤형주✕김세환 
       ◀Lilac
          ◼아이유 
       ◀라일락꽃 
          ◼안성훈  
       ◀라일락이 질 때 
          ◀민우혁 
       ◀수수꽃다리 
          ◼강혜정(소프라노)

◉4월 19일,
의미 있는 기념일입니다.
사람들의 일은 그렇고  
주위의 산과 숲은 
이날을 전후로 
옷 갈아입기를 끝내는 
때입니다. 
연두색과 초록색으로 
치장을 끝낸 산과 숲이
한층 여유롭고 풍성해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회색과 갈색이 사라진 
이들의 모습에서는 
떠오르고 다가서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가을철 단풍이 곱게
물들면서 만나게 되는 
주저앉고 물러서는 
아름다움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날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또 다른 
날이기도 합니다.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만든다는 
곡우(穀雨)입니다. 
봄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봄의 모습이 갖춰졌으니 
마지막 절기가 와도 
상관은 없어 보입니다.
이때쯤 곡우가 
들어선 것을 보면
농사에 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때였던 모양입니다.
오늘은 비가 없습니다.
그래도 하루 늦은 내일 
비가 내린다고 하니 
농사일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봄이 제대로 펼쳐지면서 
새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어제는 뒷산 철쭉이 
지난해보다 일찍 
분홍색 꽃잎을 열었습니다.
그 아래는 아이리스, 붓꽃이 
현란한 허니가이드를 
내보이며 첫인사를 건넸습니다.
정원에서는 튤립과 장미조팝이 
꽃잎을 열었습니다.
기다리던 사과꽃도 예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자고 새면 나타나는  
새 친구들이 반갑습니다.

◉그래도 이즈음에 
가장 반가운 친구는 
향기로 봄을 전하는 
라일락꽃입니다.
이틀 전 소개한 
귀룽나무꽃에 이어
라일락이 꽃을 피워 
두 꽃의 향기로 주위가 
봄의 내음에 젖어갑니다.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라일락꽃 향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합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향수와 섬유유연제가 바로 
라일락꽃 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꽃향기를 무기로 하는 
라일락은 발칸반도에서 태어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정원을 장악했습니다. 
물론 꽃도 예쁘지만
달콤한 향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둘러 정원에 들였습니다.
그래서 특히 유럽에서 
사랑받아 온 꽃입니다.
5월이면 유럽에서 
라일락꽃 축제가 열립니다. 
여기서는 다섯 갈래의 
라일락을 찾는 행사도 
펼쳐집니다.
네잎클로버에서 행운을 찾듯이 
다섯 갈래 ‘럭키 라일락’를 찾아내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려는  
풍습에서 나왔습니다.

◉라일락의 모습은 
여러 음악을 통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라일락은 러시아 출신 
라흐마니노프 12개 로망스의 
5번 ‘라일락’입니다. 
라일락꽃 향기가 바람을 따라 
이리 저라 흔들리는 순간을 
그려낸 피아노 연주는 
피아니스트들이 즐겨 선택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혁명 전인 1902년에
작곡한 이 선율에 시를 붙여 
만들어 낸 가곡 역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에 만들어진 
라흐마니노프 삶을 담은
영화의 제목이 ‘라일락’입니다. 
러시아 공산 혁명 후 
라흐마니노프의 미국 망명 
전후의 삶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만큼 라일락꽃은 그의 삶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에 
러시아 여성 시인 
에까째리나 베케토바 
(А Бекетова)의 시를 붙여 
만든 가곡을 들어봅니다. 
러시아의 소프라노 
마리나 레츠깔로바
(М Речкалова)의 노래입니다.
‘향기로운 그늘
라일락이 모이는 곳
나의 행복을 찾아가 보려네
그 행복은 라일락에 있네.
그들의 녹색 가지에
그들의 향기로운 꽃송이에서
나의 가난한 행복이 피고…’ 
태교 음악으로도 등장하는 
이름다운 곡입니다. 
하프와 비브라폰 연주에 
어울리는 ‘라일락꽃’입니다. 
https://youtu.be/aFGQs0HfoJg?si=BR-3HpS-cMwDN1XK

◉라일락은 조선 말엽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비슷한 꽃 수수꽃다리가 
있어서 서양수수꽃다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라일락의 꽃향기는 
얘기한 대로 달콤합니다. 
그런데 하트 모양의 
라일락 잎은 싱그럽지만 
씹어보면 쓴맛이 납니다.
꽃의 달콤한 향기와 
잎의 쓴맛이 합쳐지면 
달지만 씁쓸한 첫사랑과
맞아떨어집니다.
라일락의 꽃말이 ‘첫사랑’
또는 ‘젊은 날의 추억’이 된
이유입니다. 

◉라일락꽃 향기를 첫사랑의 
향기로 그린 우리 가곡
‘라일락 향기 그대’를
만나봅니다.
꽃지고 세월 가도 
옷깃에 감추어 둔 
그대 향기는 짙어만 
간다고 첫사랑을 얘기합니다. 
최정희의 시에 심순보가 
곡을 붙인 가곡을 
소프라노 김순영이 부릅니다.
https://youtu.be/biaYPiD3uNg

◉4월을 기분 좋은 향기로 
물들이는 라일락꽃에서
‘가장 잔인한 달 4월’을 
연상하게 된 건  
전적으로 TS 엘리엇의 
‘황무지’ 때문입니다.
그는 1차대전 후 
서구 문명에 대한
상실감을 나타내는 긴 시
‘황무지’의 머리에서 
죽은 땅에서 꽃 피운
라일락을 등장시킵니다.
그러면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죽은 땅에서도 
새싹이 돋게 만드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라일락입니다.
그 꽃 때문에 4월이 
잔인한 달이 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라일락 덕분에 
4월은 생명의 활기와 
향기가 넘치는 달이 됐습니다.
그래서 4월의 라일락꽃은 
과거 캠퍼스 낭만의 
상징이었습니다.
많은 대학이 향기 좋은 
라일락이나 수수꽃다리를 
교정에 심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교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향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1970년대 통기타 세대 
포크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윤형주가 불렀던 이 노래를 
들으면 나이 든 사람들은 
옛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원곡은 피지의 전래민요 
‘Isa Lei’라는 노래로
‘Goodbye’라는 의미의 
이별가입니다.
하지만 윤형주는 원곡 내용과 
전혀 다른 노랫말을 쓰고  
느린 노래를 빠른 박자의 
포크송으로 편곡해 
라일락 향기가 넘실대는 
창작 수준의 캠퍼스 송으로  
내놓아 사랑받았습니다.
지난해 원로가수 세 명이  
통기타를 들고 부르는 
이 노래입니다.
일흔아홉 살 조영남, 
일흔여섯 살 윤형주 
일흔다섯 살 김세환, 
세 명 합쳐 230세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viGODQN1-KU?si=IwPHArL_qMtzDKD-

◉라일락꽃 향기가 나는 
또 하나의 익숙한 노래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입니다.
60대 중반이 된 이문세가 
1988년 서른이 되던 해 
부른 노래입니다.
故 이영훈이 작사 작곡했습니다.
많은 가수가 커버했던 
노래입니다.
여기서는 이문세가 이 노래를 
처음 부른 해에 태어난 
윤하가 20대 초반에 부르는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5bYXpdswCBk?si=Q84ZW5NK3Y4Vyqjq

◉가장 최근의 대중가요 속
라일락은 2021년에 
아이유가 내놓은 ‘Lilac’입니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선물로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열렬히 사랑하다가 
라일락꽃이 피는 봄에 
기쁘게 이별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입니다.
이별 노래인데 밝고 
경쾌합니다.
특히 70-80년 대의 
디스코사운드가 
그 분위기를 이끌어 갑니다.
춤추는 댄스 버전으로 만나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https://youtu.be/0SQOmwa25dw?si=OSqvlF-oatYwBnAB

◉트롯 가수가 부르는 
라일락꽃을 만나봅니다.
미스터 트롯 2에서 우승했던 
안성훈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거의 무명 트롯 가수 시절에 
불렀던 노래입니다.
2020년 KBS 드라마스페셜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의 
ost ‘라일락꽃’입니다.
트롯 모창 가수와 그의 딸이 
거짓을 버리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안성훈의 호소력 짙은 
가창력이 인상적인 
애절한 멜로디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CvXXJsew2Iw?si=dkOySgHvJEYBmBBz

◉‘라일락이 질 때’는
1990년대 후반 인기 있었던  
대중가요 중의 하나입니다.
라일락이 질 때 이별하는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 같아 사연 많은 
밤 세계 직업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건에 연루돼 
자숙하고 있는 이선희 대신
뮤지컬 배우 민우혁의 
노래로 들어봅니다. 
https://youtu.be/K3xgO0dh9Gk

◉토종식물답게 
수수꽃다리라는 정겨운 
이름을 가진 한국라일락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꽃 모양이 수수 뭉치 
같다고 해서 얻은 
이름으로 보입니다.
정향(丁香)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위가 벌어지면서 아래로 
화통이 긴 꽃 모양이
고무래 정(丁)자를 닮아서 
얻은 아름입니다.
그래도 순수 우리말 이름이  
훨씬 정감이 갑니다.
남한에는 수수꽃다리 
자생지가 없습니다.
대부분 분단 이전에 
함경도 등지에서 옮겨와 
명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수수꽃다리 
집안의 식물이 있습니다. 
수수꽃다리 계통의 
털개회나무가 외국으로 나가서 
개량된 뒤 국내로 들어온 
품종입니다. 
한국에 온 식물학자를 도와 
타자를 쳐준 여성의 
성을 붙여서 ‘미스김’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키가 작고 향기가 강해서
정원수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집 정원에 
들여놓고 있습니다.
수수꽃다리나 미스김 라일락은 
이름은 익숙하게 들리는데 
라일락보다 대중적이 아니어서 
노래로 만들어진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동요로 만들어진 ‘수수꽃다리’를 
들어봅니다.
소프라노 김혜정입니다.
https://youtu.be/h99yfUYSrec

◉라일락과 수수꽃다리 
계통의 식물들은 
진한 향기로 꽃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줍니다.
토종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뒷산에 은방울꽃 순이 
촘촘히 올라왔습니다.
분꽃나무도 뭉치로 
꽃잎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독특한 향기를 지닌 
친구들입니다.
이래저래 경쟁적인 
봄의 향기에 젖어 
4월을 건너 오월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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