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시인이 강렬한 어조로 노래한 것처럼 수억년을 견디며 비와 바람에 깎이는대로 깎인 바위는 자연이 만들어낸 지금의 모습이 되어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산이나 바다에 가면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말없이 같은 자리에 있는 바위 중에는 눈에 익은 모습도 많다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상,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불자, 모자와 망토 차림의 수도사, 짝짓기하고 있는 거북이, 곰, 사자, 용, 독수리, 상어, 주먹, 해골, 촛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