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인 등산의 고수가 주관하는 등산모임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 토요일 오전에도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토요일 오후2시, 구기동 냉면집 출발, 사자능선을 거쳐 보현봉과 대남문을 찍고 구기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일체의 연락 없이, 그 시간에 온 친구들끼리 등산하고 간단하게 맥주 한잔만 하고 바로 헤어지는 모임이었다 내가 이 모임에 처음 참석했던 날은 거의 악몽이었다 리더인 친구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설렁설렁 걸었고, 다른 친구들은 부지런히 쫓아갔고, 나는 네 발로 기었다^^ 해군 장교 훈련 이후 이런 빡센 움직임은 처음이었다 오기 발동, 이런 미친 짓(?)을 매주 반복하기 열 번쯤? 어느 순간 신기하게도 숨막힘과 다리 통증이 사라지고, 그 대신 온몸에 나른하고 기분좋은 피곤함이 찾아왔다 나의 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