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꽃 - 유안진 이 마을도 비었습니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도 호젓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분교를 지나도 빈 마을이 띄엄띄엄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빨래 널린 어느 집은 생가보다 반가웠습니다 빨랫줄에 줄 타던 옷가지들이 담 너머로 윙크했습니다 초겨울 다저녁 때에도 초봄처럼 따뜻했습니다 꽃보다 꽃다운 빨래꽃이었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냄새가 풍겼습니다 어디선가 금방 개 짖는 소리도 들린 듯했습니다 온 마을이 꽃밭이었습니다 골목길에 설핏 빨래 입은 사람들은 더욱 꽃이었습니다 사람보다 기막힌 꽃이 어디 또 있습니까 지나와 놓고도 목고개는 자꾸만 뒤로 돌아갔습니다 도시를 벗어나서 작은 시골 마을을 걸어가다 보면 길에서 누구든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식당이나 가게를 찾아가도 문이 닫혀 있곤 한다 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