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ay from Her/2006년/캐나다/110분
감독 Sarah Polley
출연 Julie Christie, Gordon Pinsent, Michael Murphy,
Olympia Dukakis, Kristen Thomson, Stacey LaBerge
사랑의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 어떻게든 그 기억을 붙잡으려는
남편의 모습을 솔직하고 따뜻하게 그린 가슴시린 러브스토리로
뉴욕타임즈가 '북미 최고의 작가'라고 격찬한 캐나다 여류작가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이 원작소설을 각색하고 연출한 사람은 놀랍게도 스물여덟살의
사라 폴리인데, 네살부터 TV 출연했던 아역배우 출신인 그녀는
감독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섬세한 감성과 세밀한 연출력으로
노부부의 삶과 사랑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엄청난 제작비나 화려한 마케팅이 없는 저예산 영화이면서도
소박하지만 마음을 끄는 이야기와 진심이 담긴 연기, 그리고
영혼을 울리는 진실한 사랑이 담겨있어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출품되어 많은 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2007년 전미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와 2008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2007년 뉴욕비평가협회 신인감독상 수상,
2008년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과 각색상 후보에 오르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56개 상을 받았고 2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은퇴후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결혼 44년차 부부 그랜트
(고든 핀센트 분)와 피오나(줄리 크리스티 분)는 함께 살아온
지난 44년의 세월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두텁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린 피오나가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면서
행복하기만 했던 이들 부부에게도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자존심이 강한 피오나가 남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요양원에 들어가기로 하자 그랜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요양원의 규정대로 면회가 금지된 한 달을 혼자 보낸 그랜트는
마치 데이트하던 젊은 시절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꽃다발을 들고
요양원을 찾아가지만 아내는 이미 남편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브리(마이클 머피 분)라는 다른 치매 환자와 사랑에 빠져 있다
그랜트는 매일 아내를 찾아가서 좋아하던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리려 하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의심과 후회와 질투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오브리의
아내(올림피아 듀카키스 분)를 만나 그를 집으로 데려가게 한다
그러나 그랜트가 기대한 것과는 달리 오브리가 떠나자 피오나는
시름시름 앓게 되고, 결국 목숨마저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애써도 아내의 기억을 찾을 수 없겠다고 판단한 그랜트는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되는데...
열한살에 모친을 잃은 폴리 감독은 세편의 영화에서 공연한 줄리
크리스티와 마치 모녀 사이처럼 가까웠다고 하는데 그녀와 함께
다른 영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먼로의 원작
소설을 읽고 작품을 구상하면서 주인공으로 크리스티를 생각하고
1년 정도 그녀를 설득한 끝에 이 역을 맡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 <닥터 지바고>의 '라라'는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와 세월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 섬세한 연기로, 기억을 잃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재현하였고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하였다
자신의 남은 삶이 점차 망각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남편의 곁을 떠나려고 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의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영원히 남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남편의 시선은
아내가 요양원에 들어간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리기만 한다
애써 과장하지도 않고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도 않지만 예상하지
못한 큰 불행에 직면한 결혼 44년차 노부부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영화는 오히려 더 큰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기억을 하나씩 잃어버리던 아내는 오래 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일을 떠올리다가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래도 날 버리지 않고 끝내 머물러준 게 고마워요”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마지막 순간에 위안이 되는 것은
아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일텐데 그 중에서도 평생 해로한
사람과 함께 한 기억마저 사라진다면 그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
* 치매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몇편
쁘띠 마르땅 (2000) 아이리스 (2001)
노트북 (2004) 내일의 기억 (2006)
러블리, 스틸 (2008) 아무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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