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3월 27일 (수)✱
▲속속 등장, 들꽃
◾제비꽃 ②
◀나폴레옹-Viva La Vida
◼콜드플레이(Coldplay)
◀제비꽃 (Das Veilchen)
✱모차르트
◼캐슬린 배틀
◀노래의 날개 위에
✱멘델스존
◼한나 엘리자베스 뮬러
(독일 소프라노)
◀Wouldn’t It Be Loverly?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오드리 햅번과 친구들
(소프라노 Marni Nixon)
◀Violet for Your Furs
(네 모피코트에 단 제비꽃)
◼프랭크 시나트라
◉초봄인 3월 20일 전후해
집 근처에서 제비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때쯤 제비꽃이 피는 건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1815년 3월 20일,
파리에 제비꽃이 필 무렵
엘바섬에 유배됐던
나폴레옹이 탈출해
파리에 입성합니다.
제비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며 유배 길에
올랐던 나폴레옹은
그의 말을 지켜 때맞춰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나폴레옹과 제비꽃의
인연은 각별합니다.
그는 모든 꽃 가운데
제비꽃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붙은 별명이
제비꽃 상사( Corporal Violet)
입니다.
제비꽃과 관련해 그는
많은 일화를 남겼습니다.
◉우선 다시 돌아온
나폴레옹을 반기는 군인과
대중들은 나폴레옹의 상징인
제비꽃을 가슴에 달고
그를 환영했습니다.
그래서 제비꽃은 나폴레옹의
옷과 모자를 장식하며
위세를 떨쳤다고 합니다.
‘1815년 3월 20일의 제비꽃’
(Violettes du 20 mars 1815)
이라는 제목의 당시 판화가
파리에 다시 등장한
‘제비꽃 상사’ 나폴레옹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돌아온 나폴레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혼 후에도 잊지 못했던
첫 번째 부인 조세핀의
정원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제비꽃을 따서
자신이 유배된 후 숨진
그녀의 무덤에 뿌렸습니다.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제비꽃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척했지만
실제 그녀는 제비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치와 방탕, 무분별한
행동을 보인 데다
두 아이까지 둔
여섯 살 연상의 이혼녀
조세핀은 제비꽃 이미지와
잘 맞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나폴레옹과 이혼 후
제비꽃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장미가
그녀가 좋아했던 꽃입니다.
◉돌아온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면서
백일천하를 마감합니다.
그리고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돼
1821년 생을 마감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조세핀의
이름을 부른 것을 보면
불가능은 없다고 했던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불가능은 바로
팜므파탈 조세핀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나폴레옹을 지지한
보나파티스트의 상징인
제비꽃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프랑스 집권 세력은
이후 1874년까지 모든
제비꽃 생산을 금지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작지만 강인한 제비꽃은
작은 거인 나폴레옹과
잘 어울리는 꽃으로
그가 좋아할 만합니다.
땅바닥에 붙어 작은 키로
거친 세상을 헤쳐가는
제비꽃은 나폴레옹의
이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내 키는 땅에서 재면
가장 작지만
하늘에서 재면 가장 크다’
콜드플레이(Coldplay)의
‘Viva La Vida’에 붙여진
제비꽃 남자, 나폴레옹입니다.
https://youtu.be/gJed5OiM_4M?si=a7UJMNTcwGzZxojx
◉제비꽃은 많은 신화와
전설을 지닌 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못생긴 신이 바로
대장간의 신이자 불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입니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미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의 남편이 됩니다.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의
비너스입니다.
물론 억지 결혼으로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제비꽃으로
화관을 만들어 그 향기로
아프로디테를 매료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외에도 제비꽃과 관련된
여러 신화가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제비꽃의
달콤한 향을 좋아해서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으로
삼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라색에서 흰색,
노란색 등 지금의 제비꽃의
색깔이 다양합니다.
제비꽃에서 나온 팬지는
더 커지고 다양해진 색으로
사랑받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보라색이
제비꽃의 색깔이었던
모양입니다.
제비꽃의 속명 비올라(Viola)는
보라색을 의미하는 라틴어입니다.
여기에서 영어 제비꽃인
바이올렛(Violet)이 나왔습니다.
◉고귀한 색과 향기를 지닌
제비꽃은 섬세한 사랑과,
믿음, 존엄의 상장으로
중세에도 계속 사랑받았습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 등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제비꽃을
봄의 사자(使者)로 여기고
3월이면 처음 피는
제비꽃에게 인사하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18세기 독일의 괴테는
‘제비꽃’을 그려낸 시를
발표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모차르트는
이 시를 가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모차르트는 옴니버스 시집을
읽다가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작곡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는 그것이
괴테의 시인 것을 몰랐고
괴테 역시 그의 시에
모차르트가 곡을 붙인 줄
몰랐다고 합니다.
양치기 소녀가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제비꽃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구슬프게
표현한 시와 가곡입니다.
모차르트는 소녀에게
밟혀 죽는 제비꽃이
애처로웠던 모양인지
시에 마지막 두 줄을 붙입니다.
‘가여운 제비꽃
정말 사랑스러운 꽃이었네’
이후 소프라노들의
인기 레퍼토리가 됐던
‘제비꽃’, ‘Das Veilchen’ 입니다.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캐서린 배틀의 40년 전
명공연으로 만나봅니다.
제임스 레바인의 피아노 연주가
함께합니다.
https://youtu.be/h0UgDx3YqwI?si=ZwESZa2VgnpCvzRn
◉하이네 역시 제비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하이네가 인도 겐지스강
평원을 유토피아로 여긴
인도 예찬 시에 제비꽃이
등장합니다.
‘노래의 날개 위에’
(Auf Flugein Des Gesanges)
라는 제목의 시에서
하이네는 제비꽃을 의인화해
등장시킵니다.
정원에 핀 제비꽃이
별들을 쳐다보며
소곤거리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합니다.
땅에 붙어 낮게 피어있는
제비꽃을 그려낸 시에
멘델스존이 감미로운 선율로
곡을 붙었습니다.
1834년에 발표한 두 번째
가곡집에 이 노래를 담았습니다.
독일의 소프라노
Hanna Elisabeth Muller가
하프 연주에 맞춰 부르는
이 가곡입니다.
https://youtu.be/fYWXwtGeq2Q?si=-D6WJSWAfQnZHNZ1
◉제비꽃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1964년에 만들어진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는
제비꽃 같은 여자,
오드리 햅번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 속에서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가 들고 있는 꽃이
바로 제비꽃입니다.
◉언어학자 히긴스가
언어교육 등을 통해
하층민인 그녀를 상류층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키지만
일라이자는 결국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류사회를 떠나갑니다.
장미꽃이 사는 정원에
제비꽃 같은 자신이
머물 곳이 아니라는 결론이
원작 소설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의 내용입니다.
피그말리온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과 영화는 그러나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비틀어 버립니다.
◉원래 뮤지컬의 일라이자였던
쥴리 앤드류스가 아니라
오드리 햅번이 영화에
캐스팅되면서 말이 많았습니다.
특히 오드리 햅번의
노력 실력이 미치지 못해
상당수의 노래가 더빙이
필요할 정도였습니다.
일라이자가 제비꽃을 파는
장면에 등장하는
노래를 듣습니다.
‘Wouldn’t be loverly?’
(사랑스럽지 아니한가?)입니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오드리 햅번과 길거리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실제 오드리 햅번의 노래는
Marni Nixon이 불렀습니다.
뮤지컬과 영화 더빙을
전문으로 해서 ‘유령 가수’란
별명이 붙어 있는
미국의 소프라노입니다.
추운 겨울에 거리에서
꽃을 팔고 물건을 파는
거리의 하층민들이
몸을 녹일 수 있고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이럴 때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하고 노래합니다.
https://youtu.be/q5fW7sERw7I?si=RnS14X2HzTII5-GO
◉이 영화는 1965년 아카데비에서
작품상 등 8관왕에 올랐지만
정작 영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뮤지컬 속 일라이자인 영국 출신
줄리 앤드류스를 일라이자로
영화에서 캐스팅하지 않아
화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제비꽃이 등장하는
재즈로 마무리합니다.
라나 터너(Lana Turner)는
1940년대 중반 할리우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잘나가는 여배우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제비꽃을 좋아했던 그녀는
비싼 모피코트에
조화로 된 제비꽃을 자주
달고 다녔습니다.
맨해튼에서 그 모습을 본
1940년대 시대의 아이콘
프랭크 시나트라가
그녀를 위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작곡은 톰 어데어(Tom Adair)가
했습니다.
◉12월 겨울철에 라나 터너의
코트에 달린 제비꽃 조화가
생기를 잃은 듯이 보인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제비꽃이 피는 봄날이 오면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희망을 불어넣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이후
빌리 홀리데이와 셜리 혼 등
많은 재즈 가수가 커버하면서
재즈 스탠더드 음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랜만의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https://youtu.be/aKLOCi31Jzs?si=xneeF0f9ZFf1hRxM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처음부터 제비꽃이
함께 있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비꽃이지만
봄이 오면 항상
낮은 자세로 자리 잡고
연약한 잡초처럼
우리 곁을 찾아줍니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기특합니다.
◉제비꽃이 보여주는
겸손의 미덕과 이름다움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습니다.
연약해 보이지만
지혜롭고 강인한
제비꽃을 만나면
허리를 굽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무슨 이야기를 건네는지
눈 맞추고 귀 기울여
보기 바랍니다.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게 분명합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