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길상사

해군52 2024. 12. 30. 23:50

성북동 삼각산 자락에는 길상사라는 절이 있다. 조계종 사찰이지만 깊은 산 속에 있는 산사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도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마음의 쉼터이자, 불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이기도 하고, 법정스님의 가르침과 길상화 보살의 아름다운 사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경내에는 아미타불,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신 극락전을 비롯한 수행공간과 함께 재가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선원도 있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단아한 관세음보살상이 보이는데 묘하게 성모상을 떠오르게 한다. 특이하게도 가톨릭 신자인 최종태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많이 알고 있는 법정스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찌기 ‘무소유 사상을 설파한 스님은 향기롭게 살아가자는 시민운동을 펼쳤고, 청빈의 삶을 직접 실천하셨다. 길상화 보살이 기증한 땅 위에 절을 지은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남기고 이곳에서 입적하셨다.

일제 강점기에 16살의 나이로 권번에 입문한 김영한 보살님은 ‘진향’이라는 이름으로 기생 생활을 시작했다.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필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시인 백석과의 인연으로 '자야(子夜)'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이후 한식당을 운영하며 이를 국내 3대 요정인 ‘대원각’으로 키운 보살님은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깊은 감명을 받아 ‘대원각’을 절로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10년간의 요청 끝에 법정스님이 이를 받아들여 길상사가 세워졌고, 길상화라는 이름을 얻은 보살님의 유골은 소원대로 눈 내리는 날 길상사 뒷켠 언덕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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