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의 큰 건물 앞에는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성냥갑처럼 밋밋하고 크기만 한 건물 외관을 조금이라도 치장해 보자는 공익을 앞세운 강제의 결과인 듯하다. 이런 경우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축비 절감과 법규 준수라는 상충되는 기준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특별한 미적 감각이 없는 일반인의 눈에도 거슬리는 조형물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차라리 없는 게 나을듯한... 그런데 아주 드물게는 지나가다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멋진 조형물이 있고, 그런 조형물 덕분에 건물 자체도 훨씬 돋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있는 신문로를 지나다 보면 고개를 숙이고 망치질을 하는 거인을 만나게 된다. 키 22m에 몸무게가 50톤이라는 철제 거인인데 볼 때마다 망치질을 하고 있다. 이 거인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5초마다 한 번씩 망치질을 하는데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계속한다. 인간 근로자보다는 훨씬 가혹한 조건이지만 그래도 주말과 법정공휴일에는 쉰다.
미국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가 만든 ‘해머링 맨’이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전 세계에 11개가 있는데 우리나라 ‘해머링 맨’이 7번째 작품이고 제일 크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다가 ‘해머링 맨’을 만나면 간혹 멈춰서 바라볼 때가 있다. 큰 덩치로 끊임없이 망치질을 하는 모습에서 땀흘려 일하던 산업역군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는 바뀐 세상에 걸맞게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쉬엄쉬엄 일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