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파더스 메모리 (44)

해군52 2005. 9. 24. 23:55

 

원제 The Substance Of Fire

제작년도 1996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97

감독 Daniel J. Sullivan

출연 Ron Rifkin, Tony Goldwyn, Sarah Jessica Parker,

       Timothy Hutton, Benjamin Ungar

 

나치 치하에서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유대인의

악몽과 분노, 그리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과

이를 극복해 가는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가족 드라마입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히트했던 같은 제목의 연극 희곡의 작가

존 로빈 베이츠가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여 각본을 새로 쓰고,

연극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하는 토니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네 번이나 후보에 올랐던 다니엘 설리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브로드웨이 연극에서 주인공 아이작 역을 맡았던 론 리프킨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조연배우들이 공연,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다락방에 숨어 책을 본 덕분에 죽음으로 끌려가지 않은 대신

가족들이 끌려가는 장면을 숨죽여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어린

소년이 후일 출판사를 경영하게 되자 나치의 만행을 폭로하는

책에 과하게 집착하며 전후 세대인 자식들과 갈등을 겪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 기억을 통해 유대인의 비극을

간접적으로만 묘사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겪는 고통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가족의 아픔을 아주 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이란 언제나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임과 동시에

누구에게나 가장 믿고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연극 감독이 연출한 탓인지

영상과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지 않아 다소 미흡해 보입니다

 

이 영화는 이런 미흡함 탓인지 미국 흥행 실적이 부진했고,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바로 비디오로 소개되었습니다

1996년도 프랑스 도빌영화제에서 대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나치 치하에서 다락방에 숨어서 책과 유일한 친구로 지내던

어린 유대 소년 아이작(벤자민 운가 분)은 나치가 가족들을

잡아가고 책을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세월이 흘러 출판사를 경영하게 된 아이작(론 리프킨 분)

사랑하는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크게 혼란에 빠지면서

어린 시절 나치 치하에서의 악몽과 분노에 다시 사로잡히고

출판사의 이익은 도외시한 채 필생의 역작이 될 것으로 믿는

나치의 생체실험 만행을 폭로하는 책 출간에 집착하게 된다

 

이렇게 재미없고 비싼 책이 과연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아이작은 출판사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큰 아들 아론(토니 골드윈 분)과 심각하게 의견이 충돌한다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돈이 될 책도 출간하자는

아론의 주장을 무시한 채 아이작이 독단으로 일을 추진하자

아론은 동생 마틴(티모시 허튼 분)과 사라(사라 제시카 파커

)가 보유한 출판사 주식을 양도받아서 경영권을 확보한다

 

크게 분노한 아이작은 새로 출판사를 차려 자신의 계획대로

기어코 출간을 강행하고 우여곡절을 거쳐 초판이 나오지만

아이작은 책 초판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권당 2백 달러인 고가의 책 천 세트를 모두 파기해 버린다

 

마침내 그의 오랜 동료들마저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지만

아이작은 가재도구와 장서들까지 팔면서 출간에만 집착하고

급기야는 극도의 신경쇠약 증세 속에 치매 증상까지 보인다

 

아이작의 건강이 심각해지자 작은 아들 마틴이 집에 들어와

가정부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간호를 시작하지만

간호에 지친 마틴은 숨기고 있던 병이 악화되어 먼저 죽는다

 

마틴의 장례식에 다시 모인 가족들은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

어린 시절 마틴이 즐겨 찾았던 공원 벤치에서 그를 추억한다

 

 

19세기 말 영화 초창기에는 영화가 연극을 필름으로 기록해

단순히 영상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물론 대본의 대사, 배우의 연기라는 점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연극은 고정된 세트와 대사 중심인 반면 영화는 넓은 공간과

이미지 중심이라는 점에서 다르기 때문에 연극을 영화화하는

작업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합니다

 

나치 치하 유대인의 수난을 그린 영화들은 유대인 수용소

참상뿐 아니라 극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 이들을 도운

사람들의 실화, 비극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후손들과의 갈등

등으로 소재를 다양하게 확대하며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나치의 만행에서 살아남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아버지,

아버지와 출판사를 함께 경영하면서도 목표가 다른 큰 아들,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원사처럼(?) 조경학을 가르치는

작은 아들과 TV에 나와 이상한(?) 어린이프로를 진행하는 딸

 

손해를 감수하면서 나치의 만행을 폭로하는 책에만 집착하는

아버지의 행동은 자식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일 뿐이고,

'이성을 잃어버린 고집쟁이'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기대를 저버리고 멋대로 사는 자식들이 못마땅하고

'쓰레기 같은' 책을 원하는 큰 아들은 누구보다도 경멸하는데

출판사의 경영권을 빼앗아가자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극도의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치매 증상을

보이자 작은 아들은 즉시 집에 들어와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숨기고 있던 병이 악화되어 아버지보다도 먼저 죽게 됩니다

 

남은 가족들은 작은 아들의 장례식을 치루면서 한 가족임을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데 가족 간에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나가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사랑과 용서로 치료되지 못하는 가족의 상처는 없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iOs0LQ_CUo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몇 편

 

 

이브의 모든 것 (1950)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951)

다이얼 M을 돌려라 (1954)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1958)

밤으로의 긴 여로 (1962)

 

세일즈맨의 죽음 (1966)

말괄량이 길들이기 (1967)

아마데우스 (1984)

햄릿 (1996)

한 여름밤의 꿈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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