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菊次郞の夏 (Kikujiro No Natsu)
제작년도 1999년
제작국가 일본
상영시간 121분
감독 Takeshi Kitano
출연 Takeshi Kitano, Yusuke Sekiguchi, Kayoko Kishimoto,
Great Gidayu, Rakkyo Ide, Nezumi Mamura
걱정많은 9세 소년과 철없는 52세 아저씨가 여름방학 동안
소년의 엄마를 찾아 떠난 여행을 코믹하게 그린 로드무비로
<하나비>(1997)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기타노
다케시가 각본, 연출과 주연까지 1인3역을 맡은 작품입니다
‘도저히 분류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본인 말대로
기존의 영화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려고 했던 기타노 감독이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라는 보편적 장르에 도전한 작품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절망과 죽음 그리고 폭력적인 분출’이
아니라 ‘희망’을 키워드로 하는 해맑은 동화 같은 영화입니다
기타노 감독은 전작과 달리 신랄한 독설이 아닌 따뜻한 유머,
냉혹한 킬러가 아닌 좀 모자란듯 순수한 어른의 모습을 통해
감독 특유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여백의 미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제목에 들어간 ‘기쿠지로’가 누구인지는 영화가 끝날
즈음에 밝혀지는데 다케시 감독의 아버지 이름이라고 합니다
1992년부터 3년 연속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음악상을 받았던
일본 영화음악 대가 히사이시 조의 경쾌하고 서정적인 음악,
일본 특유의 정갈한 시골풍경이 가득한 화면, 코믹한 구성과
함께 개성있는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은
웃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감싸 안으며 진한 감동을 줍니다
1999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 부산영화제 초청작입니다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되었지만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생 마사오(유스케 세키구치 분)는 전혀 즐겁지가 않다
같이 놀던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바다나 시골로 여행을 갔고,
축구교실은 문을 닫은데다 할머니는 일을 나가시느라 바쁘니
혼자 밥까지 챙겨먹어야 하는 어린 마사오는 외롭기만 하다
어느 날 먼 곳으로 돈을 벌러갔다는 엄마가 보내온 소포에서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 마사오는 엄마를 찾아가려는 생각으로
그림 일기장과 방학숙제만 배낭에 챙겨넣고 무작정 여행길에
오르지만 집에서 나가자마자 불량배들에게 돈을 빼앗길 뻔한
상황에서 할머니의 옛 이웃인 친절한 아줌마(키시모토 카요코
분)와 아저씨(기타노 다케시 분)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친절한 이웃 아줌마는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인
남편 기쿠지로에게 마사오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주어 소년과
동행하게 하지만 등에 커다란 문신을 한 이 아저씨는 잔꾀나
부리고 엉뚱한 행동을 일삼아 소년을 곤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아줌마가 준 돈을 술과 경륜으로 모두 날려버리고 빈털터리가
된 아저씨 때문에 두 사람은 택시를 훔쳐서 달아나기도 하고
히치하이킹까지 하면서 간신히 목적지에 조금씩 가까이 간다
두 사람은 여행을 하고 있는 친절한 소설가 지망생 아저씨의
도움으로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 소년 엄마의 주소를 찾아가
보지만 이미 다른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돌보면서 살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는 말도 한마디 못한 채 그냥 돌아서고 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뚱보
청년에게서 '천사의 종'을 빼앗아 아픈 마음을 달래주려 하고,
뚱보 아저씨(기다유 그레이트 분), 대머리 아저씨(이데 라쿄
분), 친절한 아저씨(마무라 네주미 분) 등과 함께 캠핑하면서
마사오는 평생 잊지 못 할 즐거운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다
맛있는 것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대책없는 철부지 중년과
과묵하고 사려깊고 걱정많고 어른스러운 성격의 해맑은 소년
52세와 9세로 부자보다 조손간에 가까울만큼 나이차도 많고,
어른과 아이가 서로 뒤바뀐 듯이 행동도 극과 극으로 다르고,
그래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기상천외한 커플에게
공감대나 서로에 대한 친밀감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없다'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있는 두 사람은
장장 600키로의 ‘엄마 찾기’ 여정을 함께 하며 가까워지더니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마침내 아이처럼 맑아진 어른 모습과
어른처럼 훌쩍 커버린 아이 모습으로 제 자리를 찾게 됩니다
TV에서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으로 토끼 복장 쇼를 진행하는
토크쇼 사회자이자 최고 코미디언, 스포츠 해설가이면서 작가,
화가, 명배우이며 구로사와 아키라 등 원로 감독에 이어 현대
일본영화를 이끄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이기도 한 만능 연예인
기타노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할 때에도 9개 TV 프로를 맡아
한 주 영화 촬영, 한 주 TV 출연 식으로 강행군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기타노 감독이 연기한 철부지 아저씨 기쿠지로는
한때 야쿠자였지만 이제 하는 일도 없이 늙어가는 중년남자로
취미라고는 경륜과 도박, 술, 여자인데다 너무 충동적이라서
감정을 숨기거나 참지 못하고 속내를 아무렇게나 드러냅니다
그 모습만으로 보면 얼핏 인생의 낙오자로 보이기도 하지만
소외된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과 의표를 찌르는 직설적
언행이 오히려 보는 사람들 마음에는 큰 위안을 안겨줍니다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부대낌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머가
있고, 화면에는 온통 싱그러움을 주는 초록빛으로 가득해서
특히 여름이 되면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빼어난 작품입니다
영화 주제곡 중에서 ‘여름’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yTw4R2bucL8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다른 작품들
소나티네 (1993)
키즈 리턴 (1996)
하나비 (1997) 베니스 금사자상
브라더 (2001)
돌스 (2002)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자토이치 (2003) 베니스 감독상
타케시즈 (2005)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아킬레스와 거북이 (2008)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아웃레이지 (2010) 칸 황금종려상 후보
아웃레이지 비욘드 (2012)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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