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arinelli: Il Castrato
제작년도 1994년
제작국가 이탈리아, 프랑스
상영시간 111분
감독 Gerard Corbiau
출연 Stefano Dionisi, Enrico Lo Verso, Elsa Zylberstein,
Jeroen Krabbe, Caroline Cellier, Omero Antonutti
18세기 전설적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생애를 그린 드라마로
음악을 매개로 인간적 욕망과 컴플렉스를 밀도 있게 다루어온
<가면 속의 아리아>(1989)의 제라르 코르비오 연출작입니다
음악에 대한 열망과 거세로 인한 고통으로 번뇌하는 파리넬리,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생을 거세한 그의 형 리카르도,
카스트라토 파리넬리를 비웃는 동시대 대표적 음악가 헨델과
파리넬리에게 사랑을 바치려고 하는 상류층 여인들까지 등장,
사랑과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이 음악과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컴퓨터로 합성한 카운터 테너들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살려낸
파리넬리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는 세 옥타브 이상을 오가며
신비한 마력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처럼 소름이 돋게 만들고,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마치 천상의 소리와도 같아서 관객들의 숨을 멈추게 합니다
헨델의 음악뿐 아니라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음악과 당시 분위기를 재현한 베이루트 국립극장
무대와 신의 모습으로 분장한 파리넬리의 전위적 의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커다란 매력이자 즐거움입니다
1995년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세자르영화제 디자인상과 음향상을 받았습니다
1728년 나폴리의 한 광장에서 목소리만으로 트럼펫 연주자와
대결을 벌이던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스테파노 디오니시 분)는
흥분하는 군중들 앞에서 마침내 트럼펫 연주자를 굴복시킨다
이런 장면을 본 영국 왕실의 공인 작곡가 헨델(제로엔 크라브
분)이 파리넬리에게 영국 순회공연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지만
그를 영원히 소유하여 계속 부와 명성을 누리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힌 형 리카르도(엔리코 로 베르소 분)는 이를 방해한다
파리넬리와 리카르도 형제는 유럽을 돌며 큰 성공을 거두는데
신의 모습을 한 파리넬리가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면
남자들은 환호하고,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절하기도 한다
수많은 여자들이 파리넬리를 따르지만 정작 그 자신은 거세로
인한 열등감 탓에 어떤 여자에게도 진정 사랑을 주지 못하고,
자신이 유혹한 여자를 형과 함께 비밀스레 공유(?)할 뿐이다
1734년 런던에서 노블레스 극장을 운영하면서 헨델의 코벤트
가든과 경쟁하던 파리넬리의 스승 포로포라(오메로 안토누티
분)는 열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파리넬리에 도움을 청한다
파리넬리가 이에 응해 공연을 시작하자 노블레스 극장은 연일
성황을 이루고 수세에 몰린 헨델은 왕족들의 비웃음을 받는다
헨델이 파리넬리를 카스트라토라고 모욕했음에도 파리넬리는
헨델의 음악성을 인정하고 존경하며 그를 위해 변론도 한다
노블레스의 주요 후원자 마가렛(캐롤린느 셀리어 분)의 조카
알렉산드라(엘자 질베르스테인 분)는 파리넬리에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바치려 하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못 한다
한편 헨델은 카스트라토는 그를 감동시킬 수 없다고 믿지만
알렉산드라가 몰래 가져온 헨델의 악보로 연습한 파리넬리는
절망과 슬픔을 딛고 진정한 음악을 갈구하는 듯한 목소리로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헨델마저도 감동시키는데...
카스트라토는 사춘기 이전 거세되어 여성 음색을 가진 남자
가수를 뜻하는데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음악적 오르가즘’을 선사하며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고,
요즘의 대중 연예인들보다 많은 인기와 부를 얻기도 했지만
남성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비극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교회음악이 한창 융성했던 중세에는 여성들이 무대에 설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 가수를 대신할 카스트라토가 필요했지만
20세기 들어 교황청의 금지로 카운터테너가 이를 대신합니다
실제로 ‘파리넬리’라는 예명의 카스트라토로 활동했던 카를로
브로스키는 은퇴한 다음 자선 활동에 힘썼고, 하인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긴 채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오랫동안 음악사의 이면에 감춰졌던 카스트라토와
현대에 들어와 이를 대신한 카운터테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음반 판매에도 기여하면서 클래식 붐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화에는 당시 상류층의 문란한 사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형제가 한 여자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장면까지 등장하는데
우울증을 노래로 치유하려는 스페인 국왕과의 동성애 장면은
흐름상 중요함에도 불구, 국내 개봉시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부분, 파리넬리와 연인의 침대에 형까지 있는 장면을
그 다음 연인의 임신한 모습과 연결해서 보면 난잡한 의미가
아니라 거세로 인한 파리넬리의 고통과 형 리카르도의 욕망,
형제간의 갈등과 화해 등등 여러 의미를 함축하는 듯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파리넬리가 노래하는 장면이 더 자주 보이는데
아름답고 풍성한 목소리로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장면에서 파리넬리의 뜨거운 눈빛과 아름다운 음악이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하며 전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가혹한 운명과 자유의 탄식 가운데 나를 울게 하소서
숙명은 나의 영혼을 영원한 고통 속에 있게 하지만
자비로써 나의 번뇌를 부수고 슬픔이 사라지게 해 주오‘
영화에 삽입된 ‘울게 하소서’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4Sb2RBxTyZA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가면 속의 아리아 (1988)
눈 뜰 무렵 (1991)
파리넬리 (1994)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왕의 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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