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키 작은 친구가 비봉에 혼자 올라갔다면서 자랑처럼 말하길래
그런 숏다리로 비봉에 올라가려면 목숨을 걸었겠다고 딴지를 걸었다
이러니 저러니 악의없는 농담 끝에 그러면 한번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내가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못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으니
현장에서 증명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자고 꼬셨다
그래서 현충일 아침 그 친구와 함께 구기동에서 만나 비봉으로 향했다
다리를 다쳐 재활훈련 중인 또 다른 친구가 산행에 동행했는데
그 친구가 이 사건(?)을 동기회 인터넷사이트에 재미있게 소개했다
그 친구의 글을 원문대로 퍼 오고 그 다음에 사진 몇장을 추가한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친구끼리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어린애들 수준 그대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하 퍼온 글)
두 친구가 있다.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두 친구가 다툰다.
북한산 비봉을 올라갔다고 주장하는 한 친구에게
다른 친구는 그 숏다리로는 오를 수 없는 코스라고
우기다가, 둘이서 직접 비봉을 오르기 내기를 한다.
증인의 자격으로 따라 나섰다.
혹시나 싸울지도 모르겠기에 불안하다.
비봉을 제 힘으로 올랐나 보자는 친구와
올라갔다고 주장하는 친구가 둘다 각자
비봉의 바위를 타기로 하였다.
소 닭 보듯이 하는 친구 둘이서 내기를 하니,
위험할 것같아 산에서 다친 생각이 나서
불안한 마음으로 동행을 한다.
나는 슬슬 시간을 끌면서 산을 뱅뱅거리다가
비봉을 둘 다 안오르고 하산시키려는 속셈으로
북한산의 이상한 계곡으로 두 친구를 안내하였다.
구기동의 개구멍으로 오르는데,
장헌수 선배님과 동기선배분들을 이 개구멍입구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선배님들도 입장료 아끼려고 이 구멍을 애호하는 것같다.
향로봉을 바라보며 주능선에 오르자,
비봉쪽으로 안 가고 불광동 매표소의 솔밭방향으로
가자고 하면서 향로봉의 뒤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구태여 싸움을 하면서 위험한 내기를 산에서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짜낸 고육지책이었다.
십수년을 다닌 북한산인데 안다닌 좁은 오솔길로 가다 보니,
기자촌에서 오르는 길을 만난다. 생전 처음 와 보는 길이다.
두 친구의 비장한 내기를 피하려다가 이상한 바위 길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니, 내 다리가 아파 온다.
재활기간중에 제일 오래 험한 바위길을 본의아니게
걸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아무리 시간을 끌면서 비봉 주위를 어슬렁거려도
두 친구는 비봉오르기내기를 할 것같다.
한 친구의 건강이 은근히 걱정이 된다.
작년인가 치악산에서 창졸지간에 몸에 이상이 와서
모두 걱정을 한 기억이 나서 내심 불안하였다.
비봉을 꼭 바위를 타면서 올라야 하나?
내심 그냥 내려가기를 바라보았지만,
두 친구의 비봉행은 굳어져 있었던 것같다.
드디어, 비봉 바위 앞에 섰다.
두 사람의 배낭을 받아들고, 잘들 다녀오라며
바위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르지 말라는 표지판의 나무를 넘어 두 친구가
넘어간다. 나는 걱정이 되어서 바라보지도 못한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다행히 둘이서 비봉을 무사히
등반을 하고 내려 온다.
한 친구의 비봉오르는 과정을 사진을 찍어서
다른 친구가 증명을 해 준다.
내기가 아니라, 둘이서 합심하여 비봉을 오른 모양이다.
내기는 싱겁게 끝났다.
나는 두 친구의 아웅다웅 싸우는 걸 보고,
물과 고기의 투사부일체를 본 듯하여
내심 부러웠다.
하나는 해군이고 하나는 공군출신인데
둘이서 해군과 공군의 이름으로 어느
사이버공동체에서 서로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대하면서 둘다 뜨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육군사병 출신인데, 공군사병과 해군장교
출신의 이상한 내기에 증인을 서느라
북한산을 5시간동안 헤메이다가
부실한 다리몽둥이가 다시 부서지는 줄 알았다.
(펌글 끝)
비가 와서 그런가 며칠 사이에 비봉이 더 높아졌네
안 올라갈 묘수가 없을까?
그래도 일단은 기죽지 말아야지
추락? 오매, 무서운거!
괜히 비봉 얘기는 꺼내가지고...
엄마야, 다리가 안 닿네!
항복, 더 이상은 죽어도 못 가!
지구가 돈다, 돌아!
저 친구는 어째 멀쩡해?
와, 나무 각선미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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