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첫 앨범 ‘눈물의 해협’과 同曲 가사 다르게 애틋한 사랑 노래 인기
⑦ 남인수 ‘애수의 소야곡’
1938년 무명가수 강문수(남인수의 본명)는 이부풍 작사·박시춘 작곡의 ‘애수의 소야곡’으로 일약 ‘가요황제’가 된다. 그의 나이 19세……. 하지만 불세출의 가수 남인수도 초기에는 무척 고전했다. 취입한 노래마다 불발탄이었다. ‘눈물의 해협’ ‘마지막 선물’ ‘희망의 노래’ 등은 박시춘 곡인데도 인기와는 인연이 멀었다.
그 뒤 손목인 작곡의 ‘사랑도 싫더라 돈도 싫더라’ ‘범벅 서울’ 등을 이어 취입했지만 역시 참패였다. 1938년 10월18일. 경남 진주 봉래골(동)에서 태어나 그 곳 보통학교(초등)를 졸업했다. 그러나 집안이 어려워 진학은 애당초 포기해야만 했다. 양복 재단 기능공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엔 가수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는 노래도 잘했지만 하모니카에서부터 장구나 북치는 솜씨도 걸출했다. 음악 재능을 타고난 것이다.
꼭두새벽……. 디벼리(현 진주농전과 준지농원 사이)에서 울창한 대숲을 향하여 터져라 발성법을 익혔다. 남강 건너 바위산을 향해 소리를 질러 그가 지른 소리가 되돌아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거리는 100m 정도가 됐다. 이로써 그 자신의 성량을 가늠했다.
남인수는 한때 노래에 대한 열정을 억누를 길이 없어 일본으로 뛰기도 했다. 노래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구 공으로 실컷 고생만하다 귀국해야만 했다. 19세 되던 해 남인수는, 서울의 시에론레코드사(지금의 충무로에 있던)를 찾았다. 문예부장이자 작사가였던 박영호는 남인수의 노래를 듣고서는 즉석에서 전속가수로 받아들였다. 이 당시 문예부장의 끗발은 대단했다. 가수를 살리고 죽이고는 문예부장의 손안에 있었다. 박영호는 ‘정한의 밤차’ ‘물방아 사랑’ ‘번지없는 주막’ ‘세세년년’ ‘짝사랑’ 등 명가요의 가사를 썼던 사람이다. 박영호는 명작곡가 박시춘에게 쪽지를 전했다.
‘그는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가수다. 타고난 목소리, 잘생긴 용모 등 가수로서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현해탄(玄海灘) 초록 물에 밤이 나리면/님 잃고 고향 잃고 헤매는 배야/서글픈 파도 소래 꿈을 깨우는/외로운 수평선에 짙어 가는 밤/님 찾아 고향 찾아 흐른 이십 년/몸이야 시들어도 꿈은 새롭다/아득한 그 옛날이 차마 그리워/물위에 아롱아롱 님 생각이다/꿈길을 울며 도는 파랑새 하나/님 그려 헤매이는 짝사랑인가/내일을 묻지 말고 흘러만 가면/님 없는 이 세상에 기약 풀어라”
남인수의 첫 취입곡이 결정됐다. ‘눈물의 해협’……. 망향의 한(恨)을 담은 노래였는데 반응은 허망했다. 이 쇼크로 박시춘은 작곡에 손을 떼고 ‘낭랑 좌극단’의 악단장이 돼 전국을 유랑한다. 이 때 눈물의 해협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은 OK레코드 사장 이철은 박시춘을 찾았다. “박 선생님, ‘눈물의 해협’곡에다 다른 가사를 붙여 봅시다. 좀 더 구슬픈 가사로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작사가 이부풍에게 작사를 의뢰해 탄생한 것이 ‘애수의 소야곡’이다. 이부풍은 ‘외로운 가로등’ ‘해조곡’ ‘맹꽁이 타령’ 등을 작사했던 사람. 남인수가 부른 ‘애수의 소야곡’은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로부터 ‘박시춘·남인수 30년 콤비’의 서막이 열린다. 그러니까 눈물의 해협과 애수의 소야곡은 곡목과 노래시만 다른 이명동곡(異名同曲)이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그 누가 불어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가/모두가 흘러가면 덧없건마는/외로이 흐느끼며 우는 이 밤은/바람도 문풍지에 애달프구나”
남인수는 왜 전설의 가수인가. 노래는 바로 우리 삶의 정서……. 그래서 인생의 향기다. 고달프고 궁핍할 땐 노래가 있어 위안을 받고, 기쁘고 즐거울 땐 신바람이 나서 또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노래는 진실이기에 그런 것이다.
같은 곡에 똑같은 가수가 노래를 불렀는데, 사람들은 왜 ‘애수의 소야곡’에 더 감동을 받았을까. 노래의 내용 때문이다. 그 시대 현실을 직시한 메시지를 이 노래시는 간결하게 나타내지 않았는가.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단념하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고백을…….
'노래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09/문화일보) (0) | 2012.05.30 |
---|---|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08/문화일보) (0) | 2012.05.23 |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06/문화일보) (0) | 2012.05.09 |
[박성서 평론] 한명숙의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노래 (뉴스메이커) (0) | 2012.05.03 |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05/문화일보) (0) | 2012.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