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
최 계 락
봄은
바다를 건너
먼
남쪽에서 온다
거치른 산
메마른 들판
꽃수레에 실려
봄은 언덕을 넘고
넘치는
그 잔잔한
강물처럼
봄은
내 마음 속
나직한 한 가닥
아
노래로 온다
봄이 오는 소리
권 영 우
엊그제 내린 비가
막바지 겨울을 쓸어버린 거리에서는
새로운 잉태를 시샘하는 바람이
썰렁한 거랑가 좌판을 휘젓는다
늙은 제방의 그림자가
빗물에 씻겨 하수구로 쓸려가다가,
운 좋게 철망에 걸린 나뭇잎 되어
마지막으로 좌판을 넘보는
눈동자의 술렁거림이
저녁 지으러 가는 어스름에 쫓겨
때늦은 귀향의 발길을 옮기다가,
봄의 향연장으로 향하는
거센 창조의 박동에 뒤섞여
함께 가자며
밤새도록 두 겹 창문을 왔다 갔다 하는데,
새벽 기지개 켜는 외침 앞에서
그래도 한 시절
호탕하게 주름잡았다고,
조금 먼저 세상을 깨치셨다고
비록 말라죽은 죽데기일망정
요란한 바람소리 앞세운 허장성세로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보려 하지만
꼭꼭 걸어 잠근
때 묻은 문풍지 흔들며 기어들어오는
아랫집 된장 뚝배기에서는
달래와 냉이가 봄을 키재기 하기에 바쁘다
3월도 벌써 반을 넘겼군요
어제 만나본 북한산,
햇살이 드물고 바람이 모이는 북쪽 골짜기에는 얼음이 남아있지만
그 얼음장도 오는 봄을 어찌할 수 없는 듯, 서서히 녹아가고
엊그제 내린 비 덕분에 계곡에는 물이 제법 많이 흘렀습니다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물소리를 기분 좋게 들으면서 지나가다가
또르르~ 흘러내리는 작은 물소리에 홀려서 한동안 잡혀 있었습니다
물가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 중에는 벌써 뿌리를 내린 도토리도 있더군요
산에서 도토리는 수없이 보았지만 뿌리 내린 놈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나는 산꾼의 무심한 발굽에 밟힐까봐 돌로 가려놓았는데
무사히 살아남아서 상수리나무로 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렇게 봄이 마구 달려오고 있는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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