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록

봄이 오는 길

해군52 2009. 3. 16. 17:31

 

봄이 오는 길        

                         최 계 락


봄은

바다를 건너

남쪽에서 온다


거치른 산

메마른 들판

꽃수레에 실려

봄은 언덕을 넘고


넘치는

그 잔잔한

강물처럼


봄은

내 마음 속

나직한 한 가닥


노래로 온다




봄이 오는 소리

                        권 영 우


엊그제 내린 비가

막바지 겨울을 쓸어버린 거리에서는

새로운 잉태를 시샘하는 바람이

썰렁한 거랑가 좌판을 휘젓는다


늙은 제방의 그림자가

빗물에 씻겨 하수구로 쓸려가다가,

운 좋게 철망에 걸린 나뭇잎 되어

마지막으로 좌판을 넘보는

눈동자의 술렁거림이

저녁 지으러 가는 어스름에 쫓겨

때늦은 귀향의 발길을 옮기다가,


봄의 향연장으로 향하는

거센 창조의 박동에 뒤섞여

함께 가자며

밤새도록 두 겹 창문을 왔다 갔다 하는데,


새벽 기지개 켜는 외침 앞에서

그래도 한 시절

호탕하게 주름잡았다고,

조금 먼저 세상을 깨치셨다고

비록 말라죽은 죽데기일망정

요란한 바람소리 앞세운 허장성세로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보려 하지만


꼭꼭 걸어 잠근

때 묻은 문풍지 흔들며 기어들어오는

아랫집 된장 뚝배기에서는

달래와 냉이가 봄을 키재기 하기에 바쁘다



3월도 벌써 반을 넘겼군요


어제 만나본 북한산,

햇살이 드물고 바람이 모이는 북쪽 골짜기에는 얼음이 남아있지만

그 얼음장도 오는 봄을 어찌할 수 없는 듯, 서서히 녹아가고

엊그제 내린 비 덕분에 계곡에는 물이 제법 많이 흘렀습니다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물소리를 기분 좋게 들으면서 지나가다가

또르르~ 흘러내리는 작은 물소리에 홀려서 한동안 잡혀 있었습니다  



물가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 중에는 벌써 뿌리를 내린 도토리도 있더군요

산에서 도토리는 수없이 보았지만 뿌리 내린 놈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나는 산꾼의 무심한 발굽에 밟힐까봐 돌로 가려놓았는데

무사히 살아남아서 상수리나무로 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렇게 봄이 마구 달려오고 있는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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