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몇 줄 편지를 써서 봉투에 담고 작은 우표딱지를 붙여서 빨간 우체통에 집어넣으면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아주 먼 곳에 있는 상대방에게 전해준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세상이 변하자 우체통에 넣던 손편지가 컴퓨터 화면에 띄워보내는 이메일로 바뀌더니, 이제는 핸폰 화면에서 허공에 날려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