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몇 줄 편지를 써서 봉투에 담고
작은 우표딱지를 붙여서 빨간 우체통에 집어넣으면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아주 먼 곳에 있는 상대방에게
전해준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세상이 변하자 우체통에 넣던 손편지가 컴퓨터 화면에
띄워보내는 이메일로 바뀌더니, 이제는 핸폰 화면에서
허공에 날려보내는 문자메세지나 SNS로 바뀌어버렸다
이런 변화에 따라 우체국을 통한 일반우편은 2010년
44억 통에서 2018년 30.4억 통으로 30% 넘게 줄었고,
우체통은 2008년 23,761개에서 2018년 12,854개로
줄었으니 10년 동안 거의 절반 가까이 없어진 셈이다
동네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빨간 우체통은 어느새
만나기 어려운 귀한 골동품으로 격이 높아진 듯하다
이러다가 ‘편지’라는 단어가 용도폐기될까 걱정이다^^
테너 김승직 노래 <빨간 우체통>
https://www.youtube.com/watch?v=tksvcs8dPW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