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나는 또 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더해지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가 전시장에서 만나는 조각처럼 보여서 작품 감상하듯 한참 바라볼 때가 있다 비바람과 날씨가 작품을 만드는 것인지아니면 나무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볼수록 신기하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것은세상만사 모든 일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