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 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더해지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가
전시장에서 만나는 조각처럼 보여서
작품 감상하듯 한참 바라볼 때가 있다
비바람과 날씨가 작품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나무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볼수록 신기하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것은
세상만사 모든 일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곰, 토끼, 고양이, 뱀, 악어 등 동물의 모습으로,
체조선수나 움켜잡은 손과 손, 발의 모습으로,
유령이나 번개, 심지어는 미사일의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던 여러 나무 조각들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일지는 모를 일이다
스리랑카의 어느 절에 있는 나무 안에 부처님의
발이 숨어 있다가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했다
사진 중에 들어있으니 꼭 찾아보시기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