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나무 조각들

해군52 2019. 11. 10. 19:28

나무 –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 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더해지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가

전시장에서 만나는 조각처럼 보여서

작품 감상하듯 한참 바라볼 때가 있다

 

비바람과 날씨가 작품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나무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볼수록 신기하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것은

세상만사 모든 일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곰, 토끼, 고양이, 뱀, 악어 등 동물의 모습으로,

체조선수나 움켜잡은 손과 손, 발의 모습으로,

유령이나 번개, 심지어는 미사일의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던 여러 나무 조각들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일지는 모를 일이다

 

스리랑카의 어느 절에 있는 나무 안에 부처님의

발이 숨어 있다가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했다

사진 중에 들어있으니 꼭 찾아보시기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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