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나뭇잎 찬가

해군52 2019. 11. 7. 23:59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시인은 벌레 먹은 나뭇잎을 밉다 하지 않고

남을 먹여가며 살았으니 예쁘다고 노래했다

베풀며 사는 삶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리라

 

시인은 벌레 먹은 나뭇잎을 칭송하려다 보니

상처없이 매끈한 나뭇잎은 밉다고 표현했다

한쪽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려는 의도이겠지만

매끈한 나뭇잎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

 

봄여름에는 햇빛을 받아서 에너지를 만들고,

가을이면 예쁜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뽐내고,

가지를 떠나 땅에 뒹굴어도 멋을 잃지 않는다

 

거친 등걸에 솟은 여린 줄기와 나뭇잎,

빗물 머금고 쑥쑥 커가는 나뭇잎,

한 여름 무성한 진초록빛 나뭇잎,

가을바람 속에 빛바랜 나뭇잎,

낙엽되어 땅에 뒹구는 나뭇잎...

 

지난 봄여름 열심히 생명의 에너지를 만들었고

이제 예쁜 색의 옷으로 세상을 물들이다가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뭇잎들,

짧기는 하지만 우리네 인생과 닮아 보인다

 

백호빈 <낙엽은 지는데>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i36-VG1MV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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