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 정창순
땅거미에 등 떠밀려
논두렁길을 돌아올 때면
발밑에 눈 부서지던 소리
앞서 가시던 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에서 끼치던
바람 같은 술 냄새
아, 정겨운 그리움이여!
기뻐서 한잔, 슬퍼서 한잔...
술꾼들이 한잔하기 위한 핑계는 수도 없이 많지만
한잔 술에 온갖 근심 걱정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틀림없으니 술을 망우물(忘憂物)이라 부를 만하다
술을 라틴어로 ‘Aqua vitae(생명의 물)’라고 하는데
빈혈에는 철분이 풍부한 포도주를 마시고,
담석증이 있으면 이뇨제 대신 맥주를 마시고,
오래 전부터 위스키를 응급 처치용으로 활용했으니
라틴어 이름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에서 보듯이
과도한 술로 인해 발생하는 어두운 사건 사고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 이래 계속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청교도 정신에 입각해서
한때 술의 생산과 판매를 금하는 금주령을 내렸지만
법으로 술을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들을
야기했기에 결국 10여년 만에 폐기하고 말았다
술에는 마치 야누스와도 같은 양면성이 있어서
약과 독, 즐거움과 슬픔, 선과 악이라는 양면에서
어느 한 쪽만 완전히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폭음이나 과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과
어느 누구도 술에는 장사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아래 내용은 특정 브랜드 제품의 광고와 관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