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다리 - 최규학
나는 너에게로 가는 다리를 놓지 않을 것이다
다리가 놓이면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사랑이 작아질까 두렵다
너와 나 사이에 다리가 놓인다면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사라질 것이다
너는 망망대해의 섬일 때가 좋다
나는 험한 파도를 헤치며 노를 저어갈 것이다
너는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산일 때가 좋다
나는 너를 찾아 높은 산을 넘고 깊은 계곡을 건널 것이다
나에게로 가는 힘든 여정이 오롯이 사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에게도 가는 다리를 놓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귀하게 여기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다리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가 보다
하지만 작은 섬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바다 건너 바라보이는 멀지 않은 육지에 나가려면
배타고 십분이지만 배 기다리느라 한나절은 걸린다
그래서 선거철마다 조르고 조르기를 반복하게 되고
마침내 다리가 놓이면 걸어서라도 쉽게 갈 수 있다
삼국지연의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인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게 허망하게 대패한 조조가
남은 병력을 이끌고 자신의 본거지로 퇴각하다가
산에 막혀 행군이 멈춰서자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봉산개도 우수가교 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라)
이 고사는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국무장관 시절에
중국과 회의 자리에서 인용, 뉴스에 오르기도 했고,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자주 인용하기도 한다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호전될
전망이 보이지 않으니 이럴 때야말로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으면서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만 할텐데
멀쩡하던 길도 없애고 있던 다리마저 끊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걱정해야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최무룡 <외나무 다리>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k6WLCM7s9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