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공짜다 - 김선태
풍경은 공짜다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애초 주인이 없으니 보는 자가 임자다
눈은 대용량 저장 창고다
해도 달도 별도 문제없다
공짜로 세상 모든 것을 사들여도 넉넉하다
마음은 엄청난 대식가다
산과 바다와 들도 한입이다
통째로 세상을 먹어 치워도 마음껏 허기지다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에 드는 것
모두를 공짜로 가질 수 있는 나는
가난하지만 천하제일의 부자다
행복은 공짜다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애초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다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이 모두 풍경이기는 하지만
풍경다운 풍경을 만나려면 멀리 여행이나 등산은
아니더라도 동네 강변이나 뒷산이라도 가야 한다
그곳에 가면 풍경이 있기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누구나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풍경을 보는 눈과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눈과 마음만 열려 있으면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에 드는 것 모두를 공짜로 가질 수 있으니
시인은 가난하지만 부자이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눈과 마음만 열면 된다니 쉬운 일일 것 같지만
바로 앞에 있어도 보지 못 하고 손에 잡고도
느끼지 못 하는 병은 고치기도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