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놈인 탓에 어린 시절부터 진열된 과일만 보았지
나무에 달린 과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40대 후반 미친 듯이 전국의 산들을 누비고 다닐 때
어느 산골 마을 입구에서 제법 커다란 감나무를 만났다
물론 내가 감나무를 알아본 것이 아니라 나무에 달린
주홍색 감들을 보고서 감나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초겨울이라 감은 대부분 수확했고 높은 가지에만 겨우
몇 개 달려 있었는데 그걸 온갖 방법으로 따서 먹었다
그게 까치나 다른 새들을 위해 남겨둔 까치밥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 하고 저지른 만행(?)이었지만
서리를 맞으며 나무에서 익은 홍시의 맛은 환상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 가을이면 단감이 가득 달린
감나무들과 바닥에 뒹구는 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어느 산골 마을 아주머니가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직접 따준 단감의 달콤한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10여년 전 LA 교외 과수원 작업현장에서 노무자들이
상자에 담고 있는 초록색 열매가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초록색 껍질을 벗겨서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호두였다
2년 전 스페인에서 피카소의 고향인 말라가에 갔을 때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가로수를 생전 처음 보았다
나무에서 제대로 익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그저 이루지 못할 희망사항인 듯하고
제철에나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과일이든 야채든, 제철을 없애는 건 자연파괴 아닌가?
나훈아 노래 <홍시>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_ive2XNuQx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