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 이인수
눈 덮인 겨울 산에서
세상의 길들을 만난다.
갈래 난 사람의 길
은밀한 짐승의 길
하늘로 향하는
나무들의 꼿꼿한 길,
문득 걸음 멈추고
뒤돌아 본 나의 길은
비뚤비뚤 비딱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아직 봉우리는 아득한데
어디로 가야할까,
겨울 산 비탈에서
다시 길을 묻는다.
길을 걷는다고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간혹 힘든 정도를 넘어서 괴로움의 연속일 때가 있다
오래 전이지만 내게 그런 암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가 가는 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고
멈춤과 탈출 버튼을 누르고 싶은 유혹이 너무도 컸다
어느 분에게 물어보았다, 내 앞길이 계속 이런 거냐고!
그 분은 아니라고 하면서 잘 익은 사과 한 알을 주었다
그 사과를 껍질 채 먹은 덕분인지 다시 걸을 수 있었다
그분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이제 만나 볼 수도 없고
그때 내 앞길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더 이상 길에서 길을 묻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