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바람의 길

해군52 2020. 6. 14. 09:14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바람같이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니 바람도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은가 보다

 

평생 기인처럼 살다간 천상병 시인은 자신이 바람인

줄 알고 사람의 길이 아닌 바람의 길을 따라다녔을까?

그리 매이지 않고 살았으니 반쯤은 바람일 듯도 하다

 

어머니 무덤가에 작은 비를 세우면서 뒷면에 새길

글을 찾다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적어 드렸다

그리고 음유시인 이동원이 부르는 노래 <귀천>을

한동안 웅얼거렸지만 부르기 어려워서 접고 말았다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1939년작 대형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미국에서 거세게 불거지는

인종차별 이슈의 바람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사람이든 바람이든 제 갈 길을 조용히 가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이 세상은 한시도 바람 잘 날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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