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리고 둘 一一 A One and a Two 2000년/대만/173분
감독 에드워드 양 Edward Yang, 楊德昌
출연 오념진, 금연령, 켈리 리, 조나단 창
대만 중산층 가족 각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개인과 가족의 붕괴를 긴 호흡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로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에드워드 양의 유작이다
영화 제목의 한자 표기를 보면 ‘하나’라는 한자 ‘一’을 세로로
겹쳐 ‘二’처럼 보이게 했는데, 각자의 삶이 모여서 이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영화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양감독 영화의 특징인 도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특유의
색감으로 도시 곳곳을 찍은 아름다운 영상이 영화에 가득하며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영화는 결혼식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을 맺는 특이한
구조로 거의 3시간이나 계속되는데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서
감독의 인생에 관한 사려 깊은 통찰이 빛을 발하는 걸작이다
2000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8위에 오르기까지 했지만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만에서는 오랫동안 개봉조차 되지 않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은 NJ(오념진 분)의 처남인 아디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오래 사귀던 여자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임신시킨 바람에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예식장이 조용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못마땅한 할머니는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충격 탓인지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손녀 틴틴(켈리 리 분)은 자신이 쓰레기를 미리 버리지 않아
할머니가 쓰러지게 되었다고 자책하면서 혼자 괴로워한다
한편 가족들이 모두 모인 피로연장에서 첫 사랑인 셰리와
우연히 마주친 NJ는 그녀가 자신을 원망하자 혼란스럽다
집안 살림과 회사 일에 지쳐 우울 증세를 보이던 NJ의 아내
밍밍(금연령 분)은 잠시 집을 떠나 요양소로 들어가 버린다
NJ는 회사에 커다란 위기가 닥치자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장간 길에 셰리를 다시 만나 30년 전 어긋났던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가슴에 맺혔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사이 딸인 틴틴은 이웃집 친구가 차버린 남자 친구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틴틴의 데이트 장면과
일본에서 NJ와 셰리가 회상하는 30년 전 장면이 교차한다
막내인 양양(조나단 창 분)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말썽을 부리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해 나간다
한편 이웃집 친구의 남자 친구와의 관계로 고민하던 틴틴은
잠시 꿈속에서 만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단잠을 즐기지만
바로 그 순간 할머니는 옆방 침대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서로 다른 이유로 집을 떠났던 NJ와 밍밍 부부가 돌아오고,
남모르게 어려움을 겪은 가족들이 할머니 장례식에 모인다
이 자리에서 양양은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며 편지 읽듯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내가 보여주고 싶어요”
에드워드 양 Edward Yang 楊德昌 1947~2007
상하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대만으로 이주한 에드워드 양은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전공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1972)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직접 영화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양감독은 영화의 명문인 남가주대에 들어갔지만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두고는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미국 생활을 접고 대만으로 돌아왔다
1981년부터 대만 TV 프로그램 몇 편을 연출한 후 옴니버스
영화에 연출가로 참여했고, 마침내 여성 심리를 다룬 멜로
드라마 <해탄적일천>(1983)을 연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로는 세계 영화의 변방이었던 대만에서 허우 샤오시엔,
시나리오 작가 오념진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주도했고,
한 가족의 역사를 담은 <하나 그리고 둘>로 2000년 칸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동료들보다는 늦게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양감독은 주로 슬픔이 담긴 가족의 멜로드라마를 만들었고
대만 도시의 모습과 대만인의 삶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이 그의 최고작으로 꼽힌다
오랜 미국 생활 덕분인지 언제나 서구 문화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고 때로는 당돌하게 대응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7편의 작품을 남기고 아쉽게도 60세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범중국권 출신 세계적 감독들 중에서 양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낮고, 흥행이 잘 안 됐다는 사실도 아쉬운 점이다
해탄적일천 (1983)
타이페이 스토리 (1985)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1991)
독립시대(1994) 칸 황금종려상 후보
마작 (1996) 베를린 금곰상 후보
하나 그리고 둘 (2000) 칸 감독상
오념진 吳念振 우 닌지엔 Nien-Jen Wu 1952~ 대만 작가, 배우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오념진은 대학 시절 신문에 짧은 글을
기고하다가 중앙전영공사에 들어간 후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에드워드 양의 <해탄적일천>(1983)과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
성시>(1989) 등 7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쓴 유명 작가이면서
배우와 감독으로도 데뷔했는데 이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아가는 대만 중산층 가장으로 열연했다
자신의 회사 ‘우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오념진의 페이스북 팔로워 80만명이 일시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서 오념진은 대만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자신을 방해하기 위한 중국의 해킹 탓이라고 주장했다
* 오념진이 각본을 쓴 작품들
해탄적일천 (1983)
비정성시 (1989)
로빙화 (1989)
객도추한 (1990)
화룡만가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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