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자유로워진 후부터 ‘뭐 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일에 매여 있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하거나 심심해서 힘들다는 사람들도 간혹 보게 된다. 백수 11년차인 나는, 게을러진 탓도 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이 밀려 있으니 심심할 틈이 없다.
여행, 등산, 운동, 역사공부, 전시회 관람 등등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 보고, 자료 찾고, 자료 정리하고, 영화 모임에 참석하는 등 ‘영화에 관한’ 일이라고 하면 상대방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영화라는 예술이 탄생한지 130년쯤 되었으니 다른 예술보다 젊다. 그래서 다른 분야의 것들을 모두 가져다 쓸 수 있다. 문학, 음악, 미술 등 다른 예술분야와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에서 좀 수준 있다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골라서 이야기 속에 비벼 넣어 작품을 만들어내는 선수(이들을 ‘감독’이라 부름)들이 있다.
우리는 2시간 전후의 시간과 1만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하면 잘 만들어놓은 이런 작품들을 하나씩 쉽게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이런 영화들을 더 편하고 값싸게 대량으로 접할 수 있는 방법도 흔해 졌다.
매년 본 영화들을 기록하는데 작년에 본 영화가 125편, 올해는 아마도 100편 정도 될 것 같다. 당연히 건너뛰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본 영화들이다. 단순하게 편수로만 따질 일은 아니지만 전에 비해 많이 적어졌다. 게을러져서 극장은 잘 가지 않고, 영화모임과 영상자료원에서 본 영화들은 대형 화면에서, 70% 정도는 TV 화면을 통해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그런데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잘 기억나지 않는 영화들도 있으니 치매의 전조가 아닌지 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