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126

해군52 2024. 2. 14. 11:13

✱아침을 여는 음악 1월 26일(금)✱
▲에미상 8관왕 
‘성난 사람들(Beef)’ 
◾‘Beef’ 속 추억의 Rock②
  ‘마침내 하나가 되다’

        ◀Machinehead  
           ◼부시(Bush)
           ✱6화 엔딩송  
        ◀Amazing Grace
           ◼스티브 연& Cast
           ✱7화 중간 삽입곡   
        ◀Somewhere Only We Know
           ◼Keane 
           ✱7화 엔딩송 
        ◀Mocking Bird 
           ◼Grant Lee Buffalo
           ✱8화 엔딩송 
        ◀All is Full of Love 
           ◼비요크(Björk)
           ✱9화 엔딩송 
        ◀Mayonaise 
           ◼Smashing Pumkins 
           ✱시즌 피날레 송

◉서로 화를 내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사람은 흔히 
‘둘이 똑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형제나 남매가 싸울 때 
부모가 흔히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안고 사는 
둘이 똑같은 남녀의 이야기가 
지난주 소개했던 ‘Beef’, 
‘성난 사람들’입니다. 
재미교포가 쓰고, 만들고,
출연해서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관왕을 이룬 
드라마입니다. 

◉이야기를 엮은 작가이자 
드라마 감독인 이성진은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된 
소모적인 복수극을 
과격하게 펼쳐나갑니다. 
상대방의 욕실에 오줌을 깔기고 
차량을 부수고 불을 지르고 
납치에, 그것도 모자라 
총격으로 치닫는 복수극을 
이어갑니다. 
그 소모적이고 과격한 
복수극은 똑같이 닮은 남녀가 
자신들의 내면을 직시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가기 위한 장치입니다.

◉남녀주인공 대니와 에이미는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합니다.
K-장남인 대니는 부모님과 
백수인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립니다. 
에이미는 어린 시절부터
어둠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부유해진 지금도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둘 다 분노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 분노를 
다스릴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열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드라마의 
아홉 개는 마지막 한 개 
10화 ‘빛의 형상’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해로 
가기 위한 힘든 과정의 
빌드업입니다.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각 에피소드에 90년대 록을 
중심으로 한 노래를 넣어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힌 것이 
이 드리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인공들의 가치관이 형성된 
사춘기와 20대의 음악들로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90년대 록 음악에 깃든 
불안한 분노와 무관심, 
외로움 등이 노래를 통해 
스며들고 있습니다.
제안은 이성진 감독이 했고 
음악감독 티파니 앤더스가 
동의하면서 이루어진 작업입니다. 
음악을 맡은 그녀는 
이성진 감독의 선곡 의견에  
천재적인 감각을 가졌다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5회까지에 들어간 
음악들을 만나데 이어 
나머지 다섯 편의 음악으로
이 드라마 이야기와 노래를 
이어갑니다.
 
◉6화 에피소드의 제목은 
‘마법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입니다.
삶이 궤도를 벗어날 때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 에이미가 
그렇습니다. 
원 안에 숨어서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찾아온 
불행의 원인을 시비가 붙은 
남자주인공 대니에게 
돌리기에 바쁩니다.
그래서 가져온 소제목입니다. 

◉6화의 엔딩송은 부시(Bush)의 
‘Machinehead’입니다. 
기타의 줄 조리개가 있는 
부분이 머신 해드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Bush는 영국의 
그런지(Grunge) 락밴드입니다. 
모던록 가운데 좀 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록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1990년대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었던 이 그룹은 
1997년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1996년 빌보드 모던록 4위에 
올랐던 이 노래는 피를 끓게 
만드는 기타 리푸가 인상적인 
음악입니다. 
리드보컬 개빈 로스데일
(Gavin Rosdale)의 모습도 
반갑습니다.
스포츠에 어울리는 이 노래는 
농구대회 장면과 
대니가 사촌 형 아이작을 
면회하는 장면이 교차하는 
화면에 깔립니다.
https://youtu.be/5WPbqYoz9HA?si=Na1jk4o25BjVchK4

◉7화의 소제목은
‘나는 새장이라네‘입니다.
두 사람이 충돌한 지 7개월 만에 
대니와 에이미는 다소 
긍정적인 상황을 맞습니다. 
에이미는 지긋지긋한 
매각 거래를 마치고 
새로 산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대니는 사업이 번창해 
새집을 사서 부모님을
한국에서 모셔 옵니다.
‘대니 살쪘네!’ 등  
공항에서 가족끼리의 한국말 
대화도 정겹습니다.

◉특히 대니는 한인교회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됐습니다. 
교포사회의 교류는 
주로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니에게 교회는 삶의 
돌파구 역할을 했습니다.
거기에 가서 은혜를 받고 
찬양지도자가 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니 역의 스티븐 연이나 
작가 이성진은 그런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티브연의 
노래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부르는 대니의 찬양송, 
‘Amazing Grace’입니다. 
영국 성공회 신부이자 
찬송가 작가인 John Newton이 
1767년 젊은 시절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기 위해 
만든 찬양송입니다. 
영상 앞부분은 다소 
안정을 찾은 에이미의 
모습이 보입니다.
https://youtu.be/7c-_7dOGLV8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상황은 다시 달라집니다. 
대니의 동생 폴이 에이미의 
남편에게 자신과 에이미의 
불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에이미의 결혼생활이 위기에 
빠집니다.
망연자실한 에이미는 
홧김에 폴과 대니의 집을 
불 질러 버립니다.
대니는 집에 도착해 
집이 모두 타버린 것을 보면서 
역시 망연자실해집니다.
두 사람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을 때 킨(Keane)의 노래 
‘Somewhere Only We Know’
(우리만 아는 그곳)이 나옵니다. 
지쳐있는 상황을 나타내는 
이 노래가 너무 잘 
맞아떨어집니다.

◉Keane은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입니다. 
어릴 때 친구들이 대학 시절인 
1997년에 만든 그룹입니다. 
2004년 ‘Hope & Fear’에 
담았던 이 곡은 지쳐있는 
상황이지만 가까운 누군가,  
또는 연인만이 아는 
장소로 가보면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희망도 담겨 있는 
노래입니다. 

◉이 밴드의 특이한 점은 
기타가 아니라 피아노가
메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독특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밴드입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는 5억 7천 조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음악감독 앤더스는 오아시스 
노래를 선택하자고 했지만
이성진이 이 노래를 고집해 
결과적으로 아주 잘된 
선택이 됐습니다.
 https://youtu.be/Oextk-If8HQ

◉8화의 제목은 
‘독창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어둠 속에 갇힌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 
볼 것을 제안하는 제목입니다.
에이미는 정착 초기 
늘 다투던 부모 밑에서 
어둠을 키웠습니다. 
이방인으로 자란 대니는 
동생을 잃을까 두려워 
동생의 대학 입학 허가서를
버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둘의 분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8화의 엔딩 노래는 
그랜트 리 버팔로
(Grant Lee Buffalo)의 
‘Mocking Bird’(앵무새)입니다.
대니가 총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는 에이미의 남편
조지를 기절시키고 
차를 타고 도망치는데 
뒷좌석에 에이미의 딸 
준이 타고 있습니다. 
준이란 아름은 마지막 엔딩곡 
‘마요네즈’ 속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완전히 지쳐버린 한 남자를 
위해 이때 나오는 노래가 
바로 ‘Mockingbird’입니다.

◉이 그룹은 LA.에 기반을 둔 
얼터너티브 록밴드입니다. 
‘앵무새’는 1994년 이 밴드의 
두 번째 앨범에 담긴곡입니다. 
하지만 이 밴드는 네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돼 
그룹보다 이 밴드의 리더인 
그랜트 리 필립스가 
더 유명합니다.
팀 해체 후에 솔로 활동을 해온 
그는 매력적인 보컬과 
장르를 넘나드는 유연성을 가진 
몽환적인 가수로 평가받습니다. 
‘마침내 파멸 후에 
우리는 만났어’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너무 지치고 
황페화된 심정을 지쳐버린 
대니에게 투영시킵니다. 
https://youtu.be/BmYbf7VG9s0?si=N213QDHs3CI64cVv

◉9화의 제목은 
‘환상이 만드는 것’입니다. 
집착은 환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실제를 원한다면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여기에서 두 주인공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습니다.
자신의 대학 입학 허가서를 
형이 버린 것을 알고 
동생 폴은 대니를 떠납니다. 
강도 사건이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자 남편 조지는 준을 
데리고 떠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을 
경험한 후에야 마침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좌초한 
혼란을 직시합니다.

◉대니와 에이미는 다시 한번
난폭 운전을 벌이다
도로에서 벗어나 추락하면서 
엔딩 상황으로 갑니다. 
이때 아이슬란드의 가수 
비요크의 일렉트로니카
명곡이 깔립니다.
‘All is Full of Love’
입니다.
아이슬란드 국민가수인 
비요크는 일렉트로니카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립니다.
난해하고 기괴하지만
몽환적인 뮤직비디오가 
많습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19금이라 라이브 공연을 
골랐습니다. 

◉자기 파괴적인 분노와 
인생의 위기에 놓인 
두 주인공에게 
‘모든 것이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이 노래는 
역설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아마 이 엔딩 시퀀스를 
기점으로 갈등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이 노래를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 라이브 공연으로 
비요크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yDYMfm0JQOE?si=aW8ICRlVdewZO24N

◉마지막 10화의 제목은 
‘빛의 형상’(Figure of Light)
입니다.
‘사람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의식화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칼 구스타프 융의 이 말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이성진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대니와 에이미는 
동종의 사람입니다,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를
혐오하고 미워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가면을 벗고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즉각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조지의 총을 맞고 병상에 
누워있는 대니를 지켜보던 
에이미는 병상으로 올라가 
그의 옆에 눕습니다.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대니와 에이미는 마침내 
하나로 포개집니다. 

◉이때 흘러나오는 
시즌 피날레의 엔딩송은 
스매싱 펌킨스
(Smashing Pumkins)의 
Mayonaise(마요네즈)입니다.
슬픔을 훔쳐줄 테니 
같이 도망가자는 노랫말이  
서로가 같은 영혼의 
소유자임을 깨닫고 
서로에게 안식이 되어주는 
주인공들을 잘 나타내는 
노래가 됐습니다.
이 노래의 사용을 제안했던 
이성진 감독은 
배우와 촬영 스텦에게
음악 분위기에 맞추라고 
주문합니다. 
그래서 음악에 맞춰 
조명이 변하면서
마지막 장면이 만들어지고 
노래가 나오고 엔딩크래딧이 
올라갑니다.
음악감독 티파니가 이성진을 
천재라고 말한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https://youtu.be/zehR9zBJTEw?si=GZDkRSgcJQpbKVFO

◉열 편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커버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래와 흐름을 잡고 
드라마를 아직 안 본 사람이
보면 스포에 상관없이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집니다. 

◉무엇보다 우리 교포들이 
중심이 돼 이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90년대와 00년대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보완해 나간 이성진 감독과 
음악감독 티파니의 노력과 
감각이 작품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습니다.
시간 날 때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만나보면
이야기와 노래를 들어보는
좋은 시간이 
될 듯합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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