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3월 6일(수)✱
▲봄을 부르는 소리
◾봄의 소망 (춘망:春望)
◀봄에게 바라는 것
◼The Position 임재욱
◀동심초(同心草)
◼신영옥(소프라노)
◀봄이 오는 길
◼박인희
◀꽃 피는 봄이 오면 ost
옛사랑을 위한 트럼펫
◼유재우(트럼펫)
조성우(작곡+피아노)
서울 그랜드 필하모닉
◀바람길
◼김태연
✱미스 트롯 2, 2021.2
◀바람 바람아
◼정서주
✱미스 트롯 3, 지난주
◉희망과 기대와
설렘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 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무엇이 절실한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봄날의 소망은
여러 색깔로,
여러 모양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가요 속에 담긴
봄에게 바라는 소망
한 가지를 먼저 들어 보고
시작합니다.
The Position의 임재욱이
2013년 내놓은 노래
‘봄에게 바라는 것’입니다.
노래 속에서 임재욱이
봄에게 바라는 것은
마음속에서 기다리는
‘그대’입니다.
◉음악 속 영상으로
등장하는 그림에도
봄의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등대 화가’로 불리는
부산 출신 이성백 화백의
작품들입니다.
‘봄바람이 불던 날’,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등
여러 작품 속에는
우선 아련한 그리움이
스며있습니다.
30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전남 담양으로 들어가
봄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남촌 미술관’을 연
이성백 화백입니다.
환갑을 맞은 그도
이 봄에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움을 그림으로
수놓으면서
희망 있는 내일을
여러 사람과 함께
꿈꾸는 것이 그것입니다.
노래와 그림을 함께
만나봅니다.
https://youtu.be/nxN8LppzwU8
◉멀리 1,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봄에게 바라는 노래를
불러와 봅니다.
중국 당나라 시대 여류시인
설도(薛濤)의 ‘춘망사’(春望詞).
‘봄에게 바라는 노래’입니다.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佳期猶渺渺(가기유모모)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창작 수준으로 풀어놓은
우리말 해석은 이렇습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우리말로 풀어놓고 보니
금방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가곡 ‘동심초’의
노랫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설도의 시 ‘춘망사’의
세 번째 연을 김소월의 스승
안서 김억(岸署 金億)이
번안한 가사입니다.
여기에 김성태가 곡을 붙여
1946년에 탄생한 가곡이
바로 ‘동심초’입니다.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들어 본
익숙한 노래입니다.
◉동심초라는 꽃이나
식물은 없습니다.
중국에도 없고
우리 사전에도 없습니다.
시에서 나타난 동심초는
색종이에다 사랑의 시를 담은
연애편지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연서(戀書),
요즈음으로 말하면
Love Letter 입니다.
◉8세기 후반과
9세기 초반을 살았던 설도는
기녀 문학인입니다.
중국 사천성 성도
(成都:청두)에 살면서
음악을 들려주던
악기(樂妓)였습니다.
백거이(白居易), 두목(杜牧)
원진(元縝) 등 시인과 교류하며
450여 편의 시를 쓴
여류시인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90여 편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설도는 그 가운데
성도에 감찰어사로 부임했던
열 살 아래 원진(元縝)를 사모해
100여 통의 시로 된
연애편지를 보냅니다.
봄에게 바라는 노래 ‘춘망사’는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설도는 특히 요즘 말하면
‘색깔 편지지’의 유명한
제작자였습니다.
진한 붉은 색종이에 시를 담아
연서(戀書)로 보냈습니다.
설도가 살았던 사천성 성도의
완화계는 양질의 종이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설도는 예쁜 색깔의 종이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이 색종이를
설도전(薛濤箋)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설도전에 쓴 연애편지가
바로 동심초입니다.
◉설도는 동심초에 담은
봄에게 바라는 노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마음속의 ‘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春風知不知 (춘풍지부지),
봄바람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노래합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지만
설도는 봄마다 춘망사를 띄우며
죽을 때까지
원진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설도가 봄에게 바랬던 마음을
읽어가며 가곡 ‘동심초’를
들어 봅니다.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마지막 구절에는
이루지 못할 사랑인 것을
알면서도 헛되이 편지만
접었다 폈다 하는 여인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역자(譯者)인 안서는 이것을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로
둘러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 근처와
남산 타워 등 관광지에
사랑의 언약을 자물쇠로
매달아 놓은 동심쇄(同心鎖)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 봄에는 젊은 남녀의 사랑이
동심결처럼 잘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동심초’를 들어 봅니다.
소프라노 신영옥입니다.
https://youtu.be/E3PrWlmHnS8?si=qYcZtNbd6On_y_q_
◉설도가 살았던 성도는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초당(草堂)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초당은 지금은 성도를
찾는 사람이 둘러보는
관광지가 됐습니다.
두보는 759년부터 4년 동안
초당에 머물면서
240여 편의 시를 썼습니다.
이 초당은 나중에 설도가
살았던 바로 완화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설도가 서너 살 어린 아기 때
두보는 세상을 떠나서
서로 만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두보 역시
‘봄에게 바라는 것’,
‘춘망’(春望)이란 시를 남겼습니다.
같은 봄에게 바라는 시지만
두보의 ‘춘망’은 앞의 소망과
다소 결이 다릅니다,
◉두보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시인입니다.
자리랄 것도 없는
말단 관리를 지내면서
항상 나라와 백성에 대한
근심 걱정을 시로
나타내 왔습니다.
중년에는 안록산의 난을
끔찍하게 치렀습니다.
나라를 위해 나섰다가
반군에게 잡혀 장안에
억류돼 있으면서 쓴 시가
바로 봄날의 소망 ‘춘망’입니다.
봄은 어김없이 찬란하게
찾아오지만
전란의 참혹함을 겪으면서
슬픔을 가득 담은 시입니다.
◉두보가 계절 봄에게 부친
소망은 나라가 위기에서
벗어나 백성들이 편안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란의 와중에서
두보는 가족의 안전을
챙기는 소망도 잊지 않았습니다.
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
그래서 집에서 온 편지는
황금 일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구절이
들어있습니다.
◉양귀비에 혹해
나라를 혼란이 빠뜨린
당 현종에서 시작된 당나라의
쇄락은 8년에 걸친 전란,
안록산과 사사명의 난을 겪으면서
결국 당 제국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두보의 춘망은
결국 그냥 바램과
안타까움으로만 남습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봄의 찬란함과 아름다움은
자연 그 자체보다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서
밝고 경쾌한 기분으로
봄을 맞으러 나가 봅니다.
꼭 30년 전인 1994년
박인희가 불렀던
‘봄이 오는 길’입니다.
봄이 오면 기분 좋게
한 번씩 듣고 가는
봄의 향수를 불러오는 노래입니다.
포크송처럼 들리는
트롯입니다.
굳이 소망을 말하지 않아도
봄의 풋풋함과 희망과
두근거림을 선사해 줍니다.
봄이라는 손님을 맞으려고
단장하고 나서는
화사하고 따뜻한 마음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일흔여덟 살 노장이 된
박인희의 40대 목소리입니다.
https://youtu.be/Vd6Kr_ZGQ0s?si=usmuLLfVN4kS2i4_
◉이번엔 봄을 불러오는
감미로운 트럼펫 연주입니다.
20년 전인 2004년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의
ost로 들어갔던 트럼펫 연주
‘옛 사랑을 위한 트럼펫’입니다.
배우 최민식이 신인 감독의
잔잔한 휴먼드라마에 출연해
힘을 빼고 연기한 감동의
영화입니다.
상처받은 트럼펫 연주자가
강원도 시골 중학교에
관악부 임시교사로 부임해
아이들의 꿈과 함께
꽃 피는 봄을 만들어 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지금 유튜브에 무료로
올라 있어 어제든 볼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이 나는 영화입니다.
트럼펫 연주자 유재우가
서울 그랜드 필하모닉과 함께
봄의 느낌이 나는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을
들려줍니다.
이 곡의 작곡가 조성우는
피아노 연주로 함께했습니다.
https://youtu.be/ILCp-Kvkqis?si=-4gVqpR_gf8ukECU
◉앞서 설도의 ‘춘망사’는
‘바람아! 봄바람아!
너는 아느냐’하는
허전한 마음을 담은
구절로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바람을 소재로 한
노래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바람의 의미는
조금씩 다릅니다.
진행 중인 ‘미스 트롯 3’가
내일 결승전과 함께
우승자를 뽑고 끝이 납니다.
지난주 준결승에서
열다섯 살 정서주가 부른
‘바람 바람아’는 이번 시즌
위로와 감동을 안겨준
최고의 노래로 꼽아도
될만합니다.
◉정서주의 노래는
3년 전 열 살 김태연이
‘미스 트롯 2’에서 불러서
감동을 안겨줬던
‘바람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봄의 길목에서 부른
이 두 노래를 들으며
오늘 음악을 마무리합니다.
◉먼저 김태연의 ‘바람길’입니다.
원곡자 장윤정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무대입니다.
호랑이 마스터 박선주도
눈물을 흘리며
열 살 김태연에게
같은 음악인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스 트롯 2 전 시즌
최고점수를 받은 김태연의
3년 전 무대를 다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OIWipHpwjyY?si=lw_Hffi6NUZOThOM
◉역시 지난주 준결승
최고점수를 얻으며
비슷한 감동과 위로를 안겨준
정서주의 무대입니다.
정서주의 아버지는 연습 때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를 담담하게 부르라고
딸에게 전화로 도움말을 줍니다.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는
연륜 있는 트롯 가수
김연자를 계속 눈물
훔치게 만듭니다.
사람들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정서주의 무대
‘바람 바람아’입니다.
https://youtu.be/B9tocxVnK0c?si=oSMahZGfJJgdiJVl
◉독특한 어린 감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
그들에게 위로를 안겨주는
노래를 부르는
어린 소녀들이
대견하고 대단합니다.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즐거움과 용기를 안겨줄
좋은 아티스트로 성장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지켜보는 대중들의
이 봄의 소망 , 춘망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