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605

해군52 2024. 6. 7. 10:15

✱아침을 여는 음악 6월 5일(수)✱ 
▲내일 현충일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날 
             ◼임선혜 (소프라노) 
             ✱박효신 정재일 작곡 
             ✱김이나 박효신 작사 
          ◀비목 
             ◼고성현(바리톤)
             ✱한명희 작사 장일남 작곡  
          ◀태극기 휘날리며 에필로그 
             ◼이동준 영화음악 
             ◼서울그랜드필 하모닉 
          ◀단지 동맹 
             ◼정성화와 앙상블 
             ✱뮤지컬 ‘영웅’  
          ◀Taps 
             ◼美 해병대 병사 
             ✱솔즈베리국립묘지 
              -2024 Memoria Day(5.27)
 
◉오늘이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은 까끄라기가 
있는 종자를 심는 시기를 
말합니다.
‘윗 논에 보리 베고 
아랫 논에 모 심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망종은 
농촌에서 가장 바쁠 때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망종 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쁩니다. 
바쁘지만 희망과 기대가 
넘치는 날이기도 합니다.

◉배고프던 시절엔 
보리를 수확하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풍년에 대한 기대를 안고
벼를 심는 때이기도 합니다.
까끄라기는 몸에 붙으면
불편한 티끌입니다.
하지만 까끄라기가 붙은 
보리와 밀과 벼는 바로 
사람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곡물입니다.
이들이 익어 이삭이 되면 
사용하는 이삭 ‘수(穗)’에 
사람들의 그런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벼 ‘화’(禾) 변에 
은혜로울 ‘혜’(惠)가 만나서
이삭 수(穗)가 됐습니다.
까끄라기가 있는
볏과식물은 바로 
사람에게 은혜를 주는 
고마운 식물입니다.

◉고려시대 이 중요한 절기 
망종 때에 맞춰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병사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치러졌습니다.
그들의 희생으로 남은 사람이 
잘 먹고 잘산다는 의미가 
담긴 추모 행사였을 것입니다.
고려 현종 5년인 1014년 
교서에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망종에 즈음한 6월 6일이 
현충일이 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은 아니지만 
그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6월에 발생한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그날을 현충일로 삼는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오늘, 
현충일을 하루 앞둔 날에 
국가 보훈부가 출범했습니다.
보훈처의 보훈부 승격은 
늦었지만 잘된 일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보훈의 가치‘는 
조금 과해도 모자랄 정도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유공자나 
그 가족에 대한 보답은 
남은 사람들이 기분 좋게 
흔쾌히 해야 할 일입니다.
다른 것이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추모와 보훈이면 
더욱 좋습니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4년 전 현충일 추념식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진심으로 기리는 마음으로  
드라마 OST ‘그날’을 
불렀습니다.
철책선을 마주 보는 철원에서 
군인 가족으로 태어나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된 
임선혜입니다. 
그런 만큼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누구의 희생 덕분인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현충일에 이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마음과 자세가 
남달랐습니다.

◉이 노래는 원래 
2018년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OST입니다.
박효신과 정재일이 작곡하고
박효신과 김이나가 
노랫말을 썼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담은 드라마에 들어간 노래로 
박효신이 불렀습니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드라마에 들어간 대중가요지만 
너무 잘 만들어진 곡이고 
노랫말에 공감이 가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마음에서 흔쾌히 
노래에 나섰다고 말합니다.
특히 김이나와 박효신이 
함께 쓴 노랫말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시의 구절처럼 남습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로  
마무리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KBS 교향악단, 국립합창단이
함께했습니다.
https://youtu.be/ONmten7gYL0?si=oM4ihB4vV8onvWBe

◉지난해 여름 강원도 화천
풍산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불현듯 군대 생활했던
그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길을 나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곳과 백암산 철책 지역에서  
근무한 건 50년 전이었습니다. 
그보다 10여 년 전인 
1964년 이곳 수색 중대 
소대장이었던 국악인 한명희는 
‘비목’이라는 시대의 산물을 
여기에서 탄생시켰습니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한 번쯤 듣고 지나는 
바로 그 가곡입니다. 

◉돌무덤과 녹슨 철모, 탄피,
궁노루로 표현된 사향노루가
등장하는 낯설지 않은 이곳은 
휴전을 앞둔 1953년 
전쟁의 대미를 장식할 
금성지구 전투가 펼쳐졌던
격전지였습니다.
국군은 중공군 총공세에 맞서 
백암산을 장악한 뒤 
금성천 이남 지역을 확보해 
전투의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 금성천의 물은 지금
북한강으로 합류돼 
양평 두물머리로 이어집니다.
당시 국군은 2만 7천 명의
적군을 살해하는 
뛰어난 전과를 올렸지만 
국군의 희생도 컸습니다. 
초연이 휩쓸고 지나간 바로  
그 자리에서 10여 년 후에 
‘비목’(碑木)이 탄생했습니다.

◉무명용사의 낡은 나무 비석은
숭고한 희생이 만들어 낸
빛나는 훈장입니다.
제대 후 방송사에서 일하면서 
한명희는 장일남 작곡가에게
노랫말을 건네 1969년에 
가곡 ‘비목’을 등장시켰습니다. 
이후 이 노래는 
무명용사에 대한 추모곡이자
호국영령을 기리는 대표적인 
가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든다섯 살인 한명희는
남양주에서 이미시문화서원을 
운영하며 애국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2군단으로부터 
군시절 누락 됐던 표창장을 
뒤늦게 받았습니다. 
지난달에는 신간 서적 
‘DMZ는 이렇게 말한다’의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미 현충일의 고전이 된 
‘비목’을 올해는 
바리톤 고성현의 3년 전 
현충일 날 무대로 만납니다. 
https://youtu.be/wE4wpdOSIgk?si=-OA-RIT0QKqG9Ldy

◉천만 관객을 동원해 
화제가 됐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게봉 20주년 기념으로 
현충일인 내일 재개봉합니다.
‘쉬리’의 강재규 감독과 
이동준 음악감독이 다시
손잡고 만든 역작입니다. 
‘실미도’ 이후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 
전쟁기념관 형제의 상을 
모티브로 만든 
전쟁 휴머니즘 영화입니다.
장동건과 원빈의 
뜨거운 형제애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는 영화입니다.
쉰두 살 장동건과 
마흔일곱 살 원빈의 
30대, 20대 모습을 다시 
만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14년 동안 영화 출연이 
없었던 원빈이라 
더 그렇습니다.

◉영화 못지않게 
유명해진 것이 바로 
이동준의 음악입니다.
에필로그에 들어간 음악은 
한국 영화 테마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아도 됩니다.
뭉클하면서도 아련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잔잔한 선율은 
전쟁의 아픔과 
형제간의 우애, 
참전용사의 심정을 
적절히 녹여냈다는 평가입니다.
간추린 영화 장면과 함께 
만나보는 에필로그입니다.
https://youtu.be/M5wvlds-pXI?si=PBv3njKB9OZweiyF

◉감독 김재규는 
재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이면에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의 
큰 희생과 아픔이 있고 
그 위에서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보편적 
주제에 관객들이 
손을 들어준 영화입니다.’
강재규 감독과 자주 호흡을 
맞춰온 이동규 음악감독은
이 영화 음악 작곡중 
몸이 아파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지만 강재규 감독이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줘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강재규는 이동준이 
자신의 영화 색깔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감을 
가진 음악가로 세계적 거장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칭찬합니다.
그 이동규의 ‘에필로그’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다시 만납니다, 
서훈이 지휘하는    
서울 그랜드 필하모닉입니다.
https://youtu.be/uoypZLxDZIg?si=BM8eZ36LDzKps1Qx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서  
독립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선인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만나봅니다.
115년 전인 1909년
안중근 의사는 동지들과 
동의단지회(同意斷指會)를 
만듭니다.
그들은 왼쪽 네 번째 
손가락 한 마디를 자르고 
태극기 위에 ‘대한독립’ 
혈서를 씁니다. 
바로 단지동맹(斷指同盟)으로   
조국 독립운동에 
몸 바칠 것을 다짐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그 속에는 3년 안에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뮤지컬과 영화 ‘영웅‘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안중근역의 정성화가 
뮤지컬 앙상블들과 꾸미는 
무대를 만나보며 이들의 
희생을 되새겨 봅니다.
https://youtu.be/dzrpntkdjk4?si=Ipt3W0P6_8uNRo33

◉어느 나라나 
날을 정해 놓고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을 
기리고 추모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의 
나라를 지켜갑니다. 
우리의 현충일 격인 
미국의 올해 Memorial Day는
지난주 월요일, 
5월 27일이었습니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이 
항상 메모리얼 데이입니다.
그렇게 정한 것은 
사흘 연휴를 만들어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가족과 함께 즐기는 날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미국인들은 
경건하고 진심 어린 
추모 의식을 가집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진혼곡 성격의 Taps 연주입니다.
군사 나팔 소리 타투(Tattoo)에서 
변형된 속어입니다.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죽음을 슬퍼하며 
몽고메리 크리프트가 
한밤중에 부는 슬픈 
트럼펫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 Taps입니다.
남북전쟁 시기에 Taps가 
등장한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북군 장교였던 아버지가 
숨진 남군 아들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악보에서  유래됐다는 
전설입니다. 
적군이라는 이유로 장례식에 
군악대를 보내주지 않고 
나팔수 한 명만 보내준 것이
트럼펫 독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 그럴듯하지만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전몰장병을 추모할 때 
트럼펫 독주로 이 음악이 
연주된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에도 
알링턴을 비롯한 각 지역의
국립묘지에서 Taps의 
트럼펫 독주가 울려 퍼졌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솔즈베리 
(salisbury) 국립묘지에서 
울려 퍼진 해병대 트럼페터 
병사의 트럼펫 독주로 
만나봅니다. 
이 국립묘지에는 
남북전쟁 때 숨진 북군 병사
만 1710구의 유해가 
안장돼 있습니다.
https://youtu.be/rzcsX-L0lKo?si=8wnsWr-KwQD9BhyD

◉미국인들에게 
메모리얼 데이는
또 다른 ‘소풍의 날’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가장 꽃이 활짝 피는 때로 
정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희생한 선인들에게 
그들 덕분에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들을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현충일에는 
노래와 춤도 자제하고 
선인을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고 경건하게  
지내야 한다는 우리의 방식과 
사뭇 다릅니다.
어느 게 맞는 선택인지    
정답은 알기 어렵습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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