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스부르그를 거쳐 모스크바 호텔에 도착하니 밤 12:40
호텔에 여권을 맡기고 임시체류증을 받는 등
복잡한 체크인 절차가 피곤함을 더하게 합니다
로비에서 기다리는 동안 술에 취한 현지인 아저씨 한명이
우리팀을 상대로 횡설수설하는데도 말려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겨우 방에 들어오니 01:20,
북유럽의 밤날씨는 서늘한데 잘 될 거라던 난방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편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러시아에서의 첫밤을 맞이합니다
‘스빠씨바!’ (감사합니다!---잘못 발음하면 욕으로 들립니다)
다음날 아침 버스편으로 2시간쯤 걸려 톨스토이 생가를 찾아가는데
시내를 벗어나자 버스는 초원지대, 삼림지대를 지나 시원스레 달립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 멋쟁이 할머니가 토마토를 팔고 있습니다
자연산이라서 그런지 토마토가 색깔도 곱고 아주 맛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렸는데
벽에 걸린 조각보 문양이 우리 눈에 익은 모습입니다
메뉴는 홍차, 케익, 통밀빵, 샐러드, 돼지고기스테이크, 감자튀김인데
설탕 파우더가 하얗게 뿌려져 있는 케익은
톨스토이 부인 소피아가 개발했다는 ‘소피아 케익’입니다
톨스토이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귀족인 외가에서 소유했던 이곳 장원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커다란 호수를 지나 자작나무 숲길을 따라가면
그가 살던 아담한 흰색의 2층 목조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 일행이 찍은 사진 펌
방문객이 많아서 10명정도씩만 입장시키는데
신발에 커다란 덧신을 신고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계단을 오를 때 천천히 걸으라는 주의사항을 듣게 됩니다
실내에서는 촬영금지였는데 인터넷에서 사진 몇장을 가져왔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소개하면:
- 2층으로 올라가면 200년된 커다란 괘종시계가 아직도 작동 중입니다
- 소파 겸 작은 침대, 책상, 책장 등 가구들이 그의 검소함을 말해 줍니다
- 책상 앞에 놓인 의자는 유치원생의 그것처럼 아주 낮고 조그마합니다
그는 체격이 컸지만 그렇게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야
글을 쓰거나 책을 볼수 있을만큼 심한 근시이었다고 합니다
- 책상은 그가 마지막으로 쓰던 그대로라고 하는데
놓여진 책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입니다
- 에디슨이 선물한 축음기, 타자기, 그와 가족 사진들, 편지나 엽서들,
책장에 빼곡이 꽂힌 책들이 있습니다
건물에서 나와 산책하듯이 숲길을 걷다보면
아무 말없이 길가에 누워있는 톨스토이를 만납니다
큰 돌무덤도 아니고 비석도 아무런 표지도 없습니다
그저 찾아온 사람들이 놓아둔 꽃다발이 있을 뿐입니다
평생 검소하게 살았던 그의 유언에 따랐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렇게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부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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