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레닌, 스탈린, KGB, 마피아, 붉은 곰, 붉은 깃발...’
뭔가 좀 음산하고 섬뜩한 느낌이 먼저 옵니다
‘톨스토이, 토스토에프스키, 푸쉬킨, 가가린, 닥터지바고, 볼쇼이 발레단...‘
물론 이런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도 여느 나라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사는 일에 열심이고,
문학, 발레, 서커스, 연극 등 수준 높은 문화도 사랑하고,
러시아 정교라는 신앙생활도 하고,
무뚝뚝하고 화난 것 같지만 웃기도 합니다
20년전쯤 일입니다
캐나다 뱅쿠버로 출장을 갔는데 마침 엑스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일을 마친후 우선 한국관을 보고 나니 1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 남은 시간동안 가본 곳이 소련, 항가리 그리고 쿠바관이었습니다
그 당시로는 직접 가볼 수 없는 나라들이었죠
마치 도둑질하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소련관에 들어가서 보니
우주선을 비롯한 첨단과학 관련 전시물들 이외에는 별볼일이 없었고
책과 그림엽서를 파는데 소련책이야 읽을 수도 없고
그림엽서만 여러장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레닌 동상, 크렘린궁, 붉은광장... 그런 사진들이었는데
한번 보고 나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종주국 엽서를 가지고 가도 아무 일 없을까?’
‘그냥 버리고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림엽서들을 트렁크 안 여기저기에 나눠 숨겨가지고(?) 와서
아직도 앨범 속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20년후
바로 그 나라의 중심인 모스크바와 페테스부르그로
부부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세월이 많이 가기도 했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는가 봅니다
‘러시아’ 하면 생각나는 것 또 한가지,
바로 늑대들이 침 흘려가며 좋아하는 쭉쭉빵빵 ‘러시안 걸’입니다
러시아 중에서도 바로 그들의 본고장인 백러시아가 가까운 곳이니
여행 전 그걸 기대하지 않았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겠지요
그런데 무서운 어부인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니만큼
그런 행운(?)은 애초부터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생각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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