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쓸개빠진 인간들이 많이 있는데
제 친구 중에도 쓸개빠진 인간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친구 쓸개에 돌이 생겼는데
그냥 두면 암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쓸개를 잘라냈습니다
수술할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쓸개 빠진 인간이 되는 거지!"
평소에 농담을 잘 안 하는 그 친구의 말이 웃겼지만
수술을 앞둔 그 친구 앞에서 웃을 수도 없고 혼났습니다
오늘 병원으로 문병을 갔더니 수술은 잘 된 것 같습니다
수술한 자리를 보여주는데
배꼽 아래와 명치 아래 두곳은 조금 크게
그 왼쪽 두곳은 조금 작게 구멍을 뚫었는가 봅니다
배에 바느질 자국(?)이 주욱 나 있던 옛날보다는 훨씬 낫긴 하지만
배에 구멍을 뚫고 쓸개를 잘라 냈다는 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더군요
어제 아침 일찍 병실에서 이동식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가서
첫 수술자로 1시간동안 대기하는데
늘어선 침대마다 죽음이 드리운 모습의 노인들이었다니
아주 심각한 수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호흡마취를 하는데 하나둘을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너무 간단해!)
깨어보니 회복실이었답니다
떼어낸 쓸개에서 공기돌만한 돌 4개가 나왔다고 하니
어떻게 그런 게 몸안에 만들어지는지 신기합니다
유명한 시인인 그 친구 부인이 이런 의문을 제기합니다
'쓸개에 그런 돌을 만든 성분이 몸안에서 계속 분비되면
또 어딘가에 돌을 만드는 거 아냐?'
그 자리에 네 사람이 있었는데
전공이 법학, 경영학, 국문학인지라
이런 문제들에는 아무런 해답을 내지 못하고
계속 문제 제기만 합니다
'쓸개가 얼마나 큰 거지?'
'쓸개와 간이 붙어 있나?'
'쓸개가 없으면 소화가 안 되나?'
얼마전 그 친구에게 이런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수술 날짜를 잡아 입원을 하고
수술전 필요한 검사까지 마쳤는데
수술 전날 저녁때가 되어서야 간호원이 멋적은 표정으로
수술할 의사가 출장을 가서 수술을 못한다고 하더랍니다
'에잉? 이게 뭔 말이라요?'
'이렇게 큰 병원(강동에 있는 아주 큰 병원임)에서 우째 이런 일이?'
할 수 없이 그날 저녁으로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을 했으니
그 의사가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수술을 앞둔 환자인 죄로 아무말도 못했답니다
그 의사, 오늘 아침에야 겨우 얼굴을 다시 보았는데
한번 들쳐보더니 잘 됐다는 한마디만 하더랍니다
겨우 30초!
이 대목에서 잠깐동안 병원 경영에 대한 성토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 부모님이 작년에 회혼식(결혼 60주년)을 하셨는데
부축을 받아야 걸으시는 8순의 아버님이
아들 문병 오시겠다는 걸 겨우 말렸다고 합니다
50 넘은 아들도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어린 아들이겠지요?
병원을 나서면서
아직 큰 수술을 하지 않고 사는 것,
이거 아주 큰 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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