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굴뚝 산업이 사양길에 서있다 해도
공장 굴뚝에 연기가 그치는 날이 오면
우리 경제가 돌아갈 수 있을까?
닦고 조이고 기름치지 않는다면
두드리고 자르고 다듬지 않는다면
무엇을 판매하고 무엇을 수출할 수 있을까?
기름 묻은 작업복을 입고
손톱에 까만 때가 끼어 있는 그들이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찬 앞날이 있을까?
오늘도 변함없이 벌어지고 있는
애국 용사들의 구국투쟁을 보면서
시화공단에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관리했다고 주장하는 분들과
아무 잘못이 없는데 모함이라는 분들의 싸움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된다는 분들과
현 정당을 개혁만 하면 된다는 분들의 싸움
갯벌을 막아서 개발해야 한다는 분들과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분들의 싸움
학생 관련 정보를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분들과
학교별로 별도관리해야 한다는 분들의 싸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젊은이들의 모임이라는 분들과
반국가단체라서 처벌해야 한다는 분들의 싸움
눈만 뜨면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집니다
모두들 자기는 애국자라고 하니
천지에 애국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애국자들이
땀흘려 일해서 가족을 부양했는지
월급 받아서 꼬박꼬박 갑근세 냈는지
지극히 정당한 방법으로 살았는지 궁금합니다
그 애국자들중에
꽁꽁 언 손을 비비며 철책에서 보초 서거나
워카에 철모 쓰고 땀을 쏟는 훈련을 한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그 애국자들에게
작업복 입히고
손에 기름 묻히고
무거운 짐도 나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 부질없는 생각이겠지요?
이곳 공단에서도
5월의 마지막 날은 눈부시게 화창합니다
계절과는 전혀 안 어울리지만
오늘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계절의 여왕 5월과 헤어져야 하는 오늘
썩은 바다지만 시화 앞바다에라도 나가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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