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언제쯤인가,
우리집 불량소녀가 허리 아프다고 누워버렸습니다
10여년전 한창 젊은 나이(?)에 이를 닦으면서 물푸~ 하다가
갑자기 장난처럼 아프기 시작한 그 허리가
가끔씩 아펐지만 이번이 가장 심했나 봅니다
며칠동안은 부축해서야 일어날 정도이더니
그 다음 한동안은 제 등산 지팡이를 집고 다니다가
차츰 걸음마 하는 아이처럼 겨우겨우 힘들게 걷게 되더군요
무식한 달리기로 어긋난 제 허리도 가끔씩 말썽이라서
꾀병같은 허리 통증을 알기는 하지만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지
아픈 사람 보는 거 정말 힘들더군요
여하튼 그렇게 그렇게 몇주를 지내다보니
결혼 27주년도 파묻혀서 별볼일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겨우 장미꽃 27송이와 엄청 비싼 목걸이 선물 주고
아주 비싼 가죽가방 선물 받기는 했습니다
(이거 절대 자랑하는 거 아닙니다^^)
평소 주부생활은 부업 정도일 수밖에 없던 불량소녀가
어쩔수 없이 점빵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동안
그래도 왕년의 전업주부일 때 실력을 발휘했는지
내팽겨졌던 집안 구석구석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그 중 하나만 소개할까요?
우리집 냉장고, 평소에는 열어보기가 두렵습니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그릇, 봉지, 기타등등
전부 뭐가 뭔지 알수도 없는데다가,
가끔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종종 상해 있어서,
아주 가끔 그거 치우다 보면 혈압도 올라가고
그래서 가급적 꼭 필요한 것만 꺼내고 못 본척 하고 맙니다
그러던 냉장고도 이번 기회에 정리가 좀 된 듯합니다
냉장고에서 스파게티 소스가 한병 나왔는데
딸 아이가 유통기한이 2002년이라고 했더니
불량소녀 왈, 뜯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하더랍니다
계속해서 스파게티 국수가 한 묶음 나왔는데
딸 아이가 유통기한이 무려 1999년이라고 했더니
불량소녀 왈, 국수는 마른거라서 괜찮다고 하더랍니다
게다가 유통기한이라는 게 그때까지 팔라는 의미지
그때까지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거 대단한 주장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 재료들로 만든 스파게티가 너무 맛있었다나요?
우리집 식구들, 이미 불량에 잘 적응이 돼서 그런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음식을 얻어먹은 아들녀석이 그랬답니다
“허리 아파도 좋으니까,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
뭐, 허리 아파도 좋다고?
남의 여자(?)라고 함부로 말하는 그 녀석,
정말 못된 아들놈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