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에 가는가?
산천경개를 벗 삼아,
친구와의 어울림이 좋아서,
사회관계의 연장 살이의 일환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려고,
그도 아니면 누구 말대로, 그냥 산이 거기 있어...
한동안 산을 싸움하듯 다녔습니다
전일 밤 현지 도착, 새벽 4시 기상, 5시 등반 시작, 17시 하산,
보통 12시간, 좀 심하면 15시간, 그것도 124군부대 행군하듯
앞에 가는 넘의 신발 뒤축이나 배낭만 바라보고
좌우 돌아볼 틈도 없이, 때로는 뛰듯이 그리 다녔습니다
그건 상대방 없는 싸움이요,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애써 사람이 없는 곳, 없는 시간대를 골라 다녔는데
이번에는 사람 바글댈 게 너무도 뻔한 단풍철 설악산으로 갔습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왜 산에 가는가?
그냥 다 내버리고 싶었습니다
밀리는 길가에, 사람들 속에, 단풍잎 속에, 가을 속에, 설악산 속에...
이번에 만나본 설악산,
단풍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듯, 나무들은 옷을 모두 벗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설악동, 오색, 한계령은 모두 사람의 산, 사람의 바다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설악은 사람멀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앓고 있는 설악에 가슴 아파 하면서
그곳에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가기 전 그대로...
설악의 모습을 전하기에는 글력이 달려 사진 몇장으로 대신합니다
200만 화소의 낡은 디카에서 나온 사진이니까
혹시 사진이 괜찮다면 그건 순전히 제 사진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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